김 형 일 극동대 교수

현명한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입할 때 품질만 아니라 애프터서비스가 제대로 되는지도 살펴본다.

구입한 제품이 처음부터 결함이 있거나 몇 번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고장이라도 나면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교환이나 보상도 받기 힘들고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기도 어려운 애프터서비스 센터 때문에 낭패를 본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애프터서비스는 소비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인 동시에 제품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만큼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요즘 TV를 보다보면 방송에도 애프터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일반 시청자들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방송 출연으로 인한 후유증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어려운 이웃의 사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애초의 기획의도와 다른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가 있다. 보이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 노출되거나 현실이 왜곡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몰려드는 온정의 손길에 힘을 얻었다가 일순간 돌아버리는 세태에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심지어 이들의 반짝 유명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손해를 보는 일까지 일어난다.

그만큼 방송의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일단 방송이 끝나면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고, 방송으로 인해 문제가 생겨도 나 몰라라 하기 십상이다. 본인이 원해서 방송에 출연한 이들이야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프로그램을 제작한 방송사에서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점에서 SBS에서 목요일 저녁 방송하는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1998년 5월 첫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소재 고갈로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됐던 이 프로그램이 무려 15년 가까이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일반인들의 사연을 일회성 소재로 여기지 않고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제작진의 자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방송되는 사연의 대부분은 출연자 스스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제보로 만들어진 것이다.

제보를 받은 제작진이 찾아가면 처음에는 촬영을 거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제작진이 끈질기게 다가가서 관심을 보이고 말을 걸면 어느 순간 마음을 열고 사연을 털어 놓는다. 제작진의 관심은 방송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다.

제작진은 한 인터뷰에서 “항상 출연하셨던 분들을 한두 달 주기로 어떻게 지내시는지 확인한다. 방송이 안 나가더라도 방송 이후 문제들이 해결이 되는지 살펴본다. 보이지 않는 곳에 일이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달 27일 연말특집에서도 2012년 한 해 동안 시청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사연의 주인공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다시 찾아가는 내용이 방송되었다. 혼자서는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는 50kg의 스무 살 아들을 업고 온갖 마을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어머니가 있었다(2월 16일 ‘그림자 모자’ 편). 방송 후 주변의 도움으로 병원치료를 받기 시작한 아들은 불과 10개월 만에 혼자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움직일 정도로 놀라운 회복세를 보여주었다.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태어난 아들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아이를 업고 하루 13시간씩 폐지를 줍던 아빠(7월 26일 ‘아이업고 폐지 줍는 아빠’ 편)는 이제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고, 아이는 3차례에 걸친 심장수술을 받고 어린이집을 다니며 또래들과 잘 어울려 논다. 후원자들 덕에 새로운 보금자리까지 얻었다.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출연했던 이들을 세심하게 배려하고자 하는 방송사와 제작진의 애프터서비스 정신이 없었다면 이렇게 흐뭇한 성과가 나오긴 어려웠을 것이다.

이들에게 아낌없이 후원을 해준 시민들은 물론 방송을 지켜보는 일반 시청자들의 마음도 따뜻해졌을 듯하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