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판사들이 여전히 피고인에게 막말이나 협박을 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최근 청주지법과 대전고법 청주재판부가 지난해 수임한 사건의 담당 법관 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판사들이 적지 않은 반면 비상식적인 언행을 일삼는 판사들도 여전했다. 공정성과 품위·친절성, 직무능력 등 3개 분야(10개 문항)로 나눠 실시한 이 평가에서 우수법관으로 꼽힌 7명의 평균점수는 96.60이었고, 최우수평가법관 1명은 97.50점을 받았다.

하지만 하위 평가법관 3명은 평균 62.60점을 받았고 2년 연속 하위 평가법관으로 꼽힌 판사도 있었다. 똑같은 법복을 입고 재판을 해도 공정성과 품위·친절성, 재판진행 능력은 판사 개개인에 따라 천양지차인 셈이다.

특히 일부 판사들은 피고인을 협박하거나 황당한 제안을 하고 막말과 고함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판사가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그러고도 돈 받아 먹냐?’고 하는 등 변호사를 범죄인 취급을 하는가 하면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었음에도 검사 항소는 받아들이나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어도 피고인의 항소는 거의 대부분 기각시켰다고 한다. 무조건 재판을 빨리 종결하려하고, 처음부터 당사자나 기관에 유리한 예단도 드러냈다.

이처럼 판사들이 막말을 하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 여론의 지탄을 받은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그 때마다 숱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아직도 이런 불량 판사들이 버젓이 재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만 저만한 문제가 아니다.

충북변호사회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법관 평가’를 했지만 불량 판사들이 크게 줄었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영화 ‘부러진 화살’ 등이 대중의 큰 호응을 받은 것도 사실관계를 떠나 사법부에 대한 시민들의 이런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능력과 품격을 겸비한 훌륭한 법관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판사라면 여전히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떠올리는 건 이런 일부 불량판사들의 저열한 언행 탓이다.

사법부가 실추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일부 불량 판사들이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미 지난해 말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을 막기 위한 실태점검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소송 관계인을 상대로 상시적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법관 개인별로 맞춤형·참여형 연수과정을 개설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이런 조치들은 지체 없이 강력히 시행돼야 하며 이와 함께 추가적인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권위적인 사법부 문화의 개선 노력도 펼쳐야 한다.

세상이 다 변하는데 법관들만 똑같은 행태를 되풀이 한다면 국민들 분노와 실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막말을 일삼는 불량 판사들이 존재하지 못하도록 사법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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