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한심..호남사람 좀 그만 이용해야"



 '회초리 민생 투어'에 나선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후 전남 함평 해보수산경로당을 방문, 노인들에게 엎드려 절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15일 당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대선 패배에 대한 사과 차원으로 첫 '회초리 민생현장 방문'에 들어갔다.

대선에서 90% 정도의 몰표를 던졌으나 사표가 된 호남지역 지지층을 다독이고, 이들의 매서운 비판을 직접 들으면서 당 재건의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날 광주 YMCA에서 첫 간담회에 나선 문희상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와 호남 지역 의원들은 자리에 들어서자마자 `텃밭'의 싸늘한 민심을 피부로 느꼈다.

100석 가량이 마련된 간담회는 30명 정도의 시민만이 자리한 채 시작됐고 간담회가 끝날 때까지도 자리가 다 차지 않았다.

문 비대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 수준 혁신으로 백 년 앞을 내다보는 전국정당, 수권정당으로 태어날 것"이라며 "오늘은 회초리를 맞으러 온 날이니 따끔하게 때려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쓴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박종택 민주당 노인위원회 부위원장은 "제일 슬픈 건 수도권에서 노력을 안 했다는 것으로, 민주당에서 공천받아 단체장이 됐으면 충성해야 한다"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공천을 혁신해 당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공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대선에서 광주 지역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무진 스님은 "민주당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은 채 계파에 연연하고 구 민주당, 나이 든 세력을 몰아냈다"며 "계파정치를 없애고 지역구도를 타파할 방안을 연구하라"고 질책했다.

이밖에 정책노선 수정, 권리당원 존중, 모바일 경선 재고 등 당 혁신에 대한 조언이 줄을 이었고, 일부 시민은 재검표를 주장했으나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광주 서구 양동시장 상인들과의 간담회에서는 더욱 매운 '회초리질'이 이어졌다.

한 상인은 "의원들을 만나니 반가우면서도 '또 만나야 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선에 패한 민주당이) 한심스럽다"고 했고 다른 상인은 "채찍을 맞으려면 야무지게 맞으라"며 "호남 사람들을 그만 좀 이용해 먹으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안철수 현상에 왜 국민이 열광했는지 고심해야 한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자진사퇴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등 안 전 교수와 문재인 전 후보의 후보 단일화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앞서 지도부는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전날 현충원 방문과 마찬가지로 방명록에 "사즉생의 각오로 거듭나겠습니다"라고 적고, 지도부 등과 함께 `사죄의 삼배'를 올렸다.

전남 함평의 노인정 방문을 끝으로 이날 일정을 마친 지도부는 16일 경남 창원에서 비대위 회의를 한 뒤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이어 부산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박용진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총선평가에 대한 민주정책연구원의 평가자료를 비대위원들에게 배포해 당의 공식 평가로 삼을지 결정하기로 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의 대선평가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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