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래 수 대전지역 담당 차장

충남장학사 시험문제 유출사건과 관련된 교육계 비리가 끝도 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거액의 돈을 받고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현직 장학사와 돈을 준 교사가 잇따라 구속됐고, 경찰이 20여명의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계좌추적에 나서는 한편 추가 비위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교육계에 떠돌던 풍문이 단순히 풍문이 아니라 사실이었음을 입증했다. 수법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10여개의 대포폰을 사용해 통화하는가 하면, 시험 문제도 문서로 전달하지 않고 말로 불러줬다. 돈도 직접 만나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특정 장소에 돈봉투를 놓고 가면 시차를 두고 챙겨갔다. 이름과 얼굴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완전범죄를 꾀한 것이다. 참으로 충격적이면서도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뇌물로 장학사 자리에 오른 사람이 또 무슨 짓을 할지도 걱정된다. 모든 장학사가 돈을 주고받는 것은 아니겠지만 솔선수범해야 할 위치에 있는 교육자가 이러니 학교 비리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교육계 비리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모든 뇌물의 종착역은 학교라는 유행어가 나돌 만큼 교육계는 곪을 대로 곪아 있지만 군사부일체같은 유교적 가치관 탓에 치외법권 지역과 다름없었다. 가령 어쩌다 적발된 교육자들도 마치 교통위반 딱지를 뗀 것처럼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라는 식으로 반응해 왔으니 이런 부끄러운 모습이 사라질 리 없다.

이처럼 교육계 비리의 원인은 무엇보다 교육행정의 불투명성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마음만 먹으면 뭐든 끼리끼리꾀할 수 있는 구조시스템이 그렇다. 다시 말해 교육계가 전문성을 구실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지연, 학연이 실타래처럼 엉키게 된 것이 비리의 온상이란 것이다.

자기 식구 봐주기식으로 허술하게 이뤄져온 충남교육청의 자체감사. 이번에 제대로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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