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병 집 한국교통대학교 총장

 

식민지와 전쟁의 참화로 빈곤하기 이를 데 없었던 나라, 일어설 가망을 누구도 점치지 못했던 그런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번듯하게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 있다. 이른바 ‘20-50클럽’(1인당 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에 세계에서 7번째로 진입한 것이다.

무엇으로 이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 냈을까? 오로지 교육의 힘이었다. 그래서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중시해야 할 일은 당연히 교육(敎育)이어야 하고, 교육일 수밖에 없다. 오랜 세월 줄곧 우리 부모님들은 굶어 살망정 자식교육은 해야 한다는 의식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런 국민들의 교육열정이 오늘의 결과를 만들어 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풍요를 만들어 낸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 이쯤에서 다시 새겨 볼 부분이 없지 않을 성 싶다.

요즘 우리 세간에는 두뇌개발과 예능체득이라는 목표와 욕심이 가히 하늘을 찌르고 있다. 유아기 때부터 다투어 시작하는 목표지향 교육열풍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이런 투쟁적인 교육열은 동반사회를 원만히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전인교육(全人敎育)을 피폐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양의 성현 공자(孔子)는 학문에 앞서서 꼭 선행(先行)되어야 할 세 가지 과제가 있음을 지적 한 바 있다. 늘 부모님께 효행하는 마음가짐을 위한 공부가 그 첫 번째요, 사회를 긍정적으로 존중하는 의식을 함양키 위한 학습이 두 번째, 언행의 일치를 위한 훈육이 학문에 앞서서 선행되어야 할 세 번째 과제라 하였다. 공자는 이러한 선행과제를 일컬어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근본 도리(道理)라고도 하였는데, 이것이 완성된 연후에 비로소 학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르침은 오늘에 사는 우리를 두고 꼬집어 지적하고 있다.

모든 교육은 인간의 소질에서 능력을 개발하고 학습시키는 과정이다. 여기서 개발이라 함은 ‘하겠다’는 마음을 일으킴이요. 학습이라 함은 ‘되풀이하여 실천하게 함’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개발과 학습은 생활화해야 하며, 일정한 절도(節度)와 따뜻한 정(情)이 넘치는 공간 안에서 이루어질 때 효과가 커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훈육이 중요한 요체가 되는데, 이는 정훈(庭訓:가정교육)에서 가다듬어 져야 한다.

학교에서도 정직(正直)과 성실(誠實), 그리고 염치(廉恥)를 비롯하여 무엇이든 가르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을 몸에 배게 하고 실천시키는 것은 가정(家庭)일 수밖에 없다. 인간은 가정에서 다듬어지며 완성되어 간다. 그래서 그 역할은 당연히 부모가 담당해야 하는 일이며, 부모는 자신의 거울이 자식임을 모든 순간에 인식하고 살아가는 그런 삶이어야 마땅하다.

학교에서의 교육은 합리적인 사고능력과 태도의 교육을 통하여 보편성(普遍性)을 확립할 수 있는 인성(人性)교육,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분석-해석하고 종합하는 전이(轉移) 효과가 높은 기초학력 교육이 중요하다. 아무튼 점점 복잡해져가는 사회 환경에서 학교든 가정이든, 예절바르고 질서의식이 높은 시민으로의 교육에 집중해야할 때이다. 과거 단순했던 인간사회에서도 교육이라는 개념보다 교화라는 의미를 상위개념으로 이해해 왔다. 교육이 ‘가르쳐 기른다’는 글자 풀이라면 교화는 ‘가르쳐 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치부재 현상이 날로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어른들의 교화적 교육의 책무가 무엇보다도 소중해 지고 있음을 새해 벽두에 다시 새겨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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