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에 따른 피해액은 총 7341억여원으로 결정됐다. 이중 주민 피해액은 4138억여원이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채권액이 2174억여원, 방제비용이 1029억여원이다. 법원이 결정한 피해금액은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이 산정한 1824억원보다는 훨씬 많지만 피해주민과 기관, 업체가 청구한 42000여억원에 비해서는 17% 수준에 불과하다. 주민피해 인정금액은 수산분야 3676억여원, 비수산분야 461억원으로 청구액의 11.8%에 그쳤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 5년여 만에 법원이 손해액을 산출함으로써 피해주민들에 대한 손해배상의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그러나 5년여를 기다려온 피해주민 대다수는 이번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초 피해를 청구한 127000여건 중 50%가 넘는 64000여건은 단 한 푼의 손해도 인정받지 못했다. 수산분야 피해주민들의 청구액이 제법 받아들여진 반면 비수산분야 피해청구는 증빙자료 부족 등의 이유로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사고 이후 관광객 급감으로 큰 타격을 받은 비수산분야 주민들은 법원 결정에 불복해 줄 소송을 제기할 태세다. 결정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므로 곧 주민들의 대규모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또 이번 결정에 대해 사고 유조선사인 허베이스피리트와 IOPC측도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소송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번 결정은 태안 기름사고 보상의 끝이 아니라 지루한 법정다툼의 시작으로 가고 있다.

피해주민들은 벌써 5년이 넘도록 보상을 기다려왔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마당에 또 재판을 시작해야 한다니 막막할 것이다. 법원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최대한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정재판에서 반영되지 못한 주민들의 피해는 없는지 정확히 살펴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IOPC측은 쟁점이 된 조업제한 기간이나 어패류 폐사 등과 관련해 이번 결정이 또 다른 기름 유출사고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신속하고 정확한 재판으로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해양 오염사고의 훌륭한 판례를 남길 수 있도록 법원이 역량을 모아주길 기대한다.

법원은 이번에 보상결정에서 제외된 비수산 종사자에 대한 위로금 지급을 권고했다. 정부는 언제 나올지 모를 법원 판결을 기다리지 말고 피해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다각적인 조치들을 내놔야 한다. 정부는 애초 손해액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법원의 기준이 나오면 먼저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를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 사고 당사자인 삼성중공업도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삼성의 법적인 배상액은 56억원이지만 유조선을 들이받아 사고를 낸 당사자로서 도의적, 사회적 책임은 막대하다. 삼성은 이미 1000억원의 지역발전기금을 약속했지만 피해주민들은 500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선주사와 IOPC의 배상한도를 벗어나는 수천억원을 국민세금으로 보상해야 하는 마당에 삼성이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피해주민들이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삼성은 보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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