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ㆍ공정위ㆍ국세청 `권력내려놓기' 개혁대상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 출범이 다가오면서 권력기관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개혁 대상으로 꼽혀 전전긍긍하는 권력기관이 있는 반면 뜻하지 않은 '영전(榮轉)'으로 '표정관리'에 들어간 기관도 있다.

지난해 말 각종 비리와 추문이 겹친 검찰의 경우 박 당선인의 공약집에서 무려 4쪽에 걸쳐 개혁 방안이 빼곡히 실려 있다.

정치적 중립 논란의 중심이 돼 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부터 55명에 이르는 검사장급(차관급) 이상 직급 감축,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 제한, 중요사건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의 검찰시민위원회 심의, 직접 수사기능 원칙적 배제를 통한 경찰과 수사권 분점 등이 대표적이다.

개혁안이 공약대로 추진된다면 검찰이 그동안 누려온 권한은 상당부분 축소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오세인 대검 기조부장이 거의 매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나와 지나친 개혁으로 인한 순기능 감소의 위험성을 설득하며 개혁의 강도를 낮추려 애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해온 공정거래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따라 전속고발권을 다른 기관에까지 넘겨줄 상황에 처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검찰에 고발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제도이지만 공정위가 이 고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을 들고 나왔고,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고발권은 감사원, 중소기업청, 조달청, 국민권익위로 분산되는 것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국세청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박 당선인이 공약을 뚜렷하게 들고나오지는 않았지만 국세청 권한 내려놓기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느 방식으로든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인수위 안팎에서 계속 나온다.

대선캠프 정치쇄신특위에서도 국세청의 '영장없는' 세무조사 절차를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세무조사를 하는데 있어 영장없이 자료를 걷어가는 관행을 없애고,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등 투명하게 민주적 절차에 따라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다수 권력기관이 박 당선인의 '권한 남용 축소' 방침에 따라 긴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위상이나 권한이 커진 기관도 있다.

바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이다. 식약청은 지난 15일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에 따라 보건복지부 소속 외청에서 국무총리실 직속 식약처로 승격됐다.

박 당선인이 불량식품을 '4대 사회악' 가운데 하나로 지정하는 등 먹을거리 안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진 것이 배경이라는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식약청이 식품의약품안전의 '컨트롤타워'를 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힘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의 식품 기능에 복지부의 의약품 정책까지 넘겨받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인·허가권과 규제 및 감시 기능까지 가지며 식품·화장품·제약업계에서 '슈퍼갑'으로 통하던 식약청의 권한 확대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감시평가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시민 옴부즈맨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안전팀장은 20일 "식품의약품 안전 문제에 대한 국민의 걱정과 분노가 크기 때문에 제대로 된 기구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식약청이 감시를 받지 않아 부패와 비리의 온상으로 불리기도 한 대표적인 기관이라는 점에서 공정한 평가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식약청처럼 승격되지는 않았지만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박 당선인은 민생치안 강화를 위해 경찰 인력을 2만명 늘리는 공약을 내놓았고, 경찰 기본급의 공안직 수준 인상, 휴일·야간 근무수당 단가 인상도 약속했다.

경찰의 최대 숙원인 검·경 수사권 조정도 검찰의 권한 축소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경찰로서는 힘을 얻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경찰의 권한이 강해지는 모양새인데 역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진걸 팀장은 "경찰은 정치권력에 자유롭지 않아 국민의 걱정이 크고, 인권 침해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며 "외부의 평가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경찰청 인권센터와 경찰위원회의 감시 기능을 대폭 강화해 민중의 지팡이가 권력의 몽둥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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