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정 균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일찍 일어나 높은 산이나 바닷가로 나가 해맞이를 합니다.

요즘 나는 출근길에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습니다. 겨울철이라 해가 뜨는 고도가 낮아졌고, 짙게 뿌려진 안개로 인해 오렌지색인 둥근 해를 보면서 출근을 합니다. 차도를 달리면서 산등성이 나무 사이로 해가 보이면 마치 한 장면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아침 해를 바라보며 출근하는 시간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니 해와 내가 혼연 일체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햇귀’, 동쪽 하늘로 막 떠오르는 아침 해의 첫 빛을 말합니다. 우리는 지는 해보다 떠오르는 해를 더 좋아합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면 새로운 희망과 도전 그리고 가슴 저 아래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리며 끓어 올라오는 욕망을 가지게 됩니다. 햇귀는 나에게 큰 감동을 줍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빛을 더해 주고,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불씨를 당겨 주는 것 같아 가슴 벅차게 합니다.

어릴적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도 미술시간에 선생님께서 풍경화를 그려라 하시면 으레 산등성이 몇 개를 그리고 해님이 그 사이에서 떠오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마음에도 해님은 모든 사람에게 고루 혜택을 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어림 짐작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런 해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해뿐만이 아닙니다. 늘 주변에 있는 것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유럽을 다녀보면 ‘한국 사람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유럽 일부 국가는 해가 뜨는 날이면 일광욕을 즐기기 위해 공원이나 해가 잘 드는 곳으로 모여듭니다. 우리에게는 좀 낯선 풍경이지만 그들은 얼마나 햇살이 그리우면 그렇게 할까요?

올해는 사람들이 아침 해와 같이 타인을 생각하는 해(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우리는 해님으로부터 이렇게 많은 혜택을 받고 있으니 그 고마움을 상대방에게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배려는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거나 마음을 써서 보살펴 주는 것을 말하며, 나눔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전에는 이런 일들이 힘든 것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고,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이 배려와 나눔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서 둥글게 만들어 봅시다. 그러면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봉사하려는 마음의 싹이 트입니다.

어제가 절기상으로 대한(大寒)이었습니다. 큰 추위는 거의 끝자락에 걸쳐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한이 지났으니 곧 있으면 생동하는 봄의 문턱 입춘(立春)이 달려올 것입니다. 새봄이 오기 전에 미리 미리 배려와 나눔의 싹을 틔워보면 어떨까요? 그 싹을 잘 가꾸어서 사랑의 열매라는 큰 결실을 맺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해는 왜 둥글까요? 누구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햇살을 고루 나누어 주기 위함입니다. 올해는 아침 해와 함께 동행하려 합니다. 그래서 배려와 나눔의 마음을 아주 멀리 멀리 퍼뜨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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