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들 경영체제 구축 가속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경제민주화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그룹들이 후대 경영체제 구축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오너가 3세들이 대거 약진한 작년 연말 정기인사는 각 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중간 점검할 수 있는 무대였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내외 활동의 보폭을 넓히며 경영권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작년 말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당초 승진 가능성이 작다는 일반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이 부회장의 갑작스런 승진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왔다. 2007년 전무에서 2009년 부사장, 2010년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것도 이런 분석의 근거가 됐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입지에 관심이 모인다.
정 부회장은 20098월 기아차 사장에서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자동차 전시 경연장인 모터쇼에서 직접 신차를 소개하는 등 국내외 영업과 기획을 관장해왔다.
또 작년 3월 주주총회 시즌에는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제철 품질·경영기획 총괄 부회장을 맡는 등 경영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구속수감과 건강 악화 등 리더십 위기 속에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에 시선이 쏠린다.
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에 걸맞게 향후 고속 승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중국사업장을 떠나 국내에 들어와 있는 김 실장은 김 회장이 구치소에 있을 당시 간간이 면담을 하면서 그룹 경영 전반에 걸쳐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후속 재판 결과와 건강 상태에 따라 김 실장의 그룹 내 입지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GS그룹에서는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상무보가 작년 연말 인사에서 사장 직할 경영혁신 담당 상무로 승진함에 따라 경영권 승계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영권 승계 작업이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한 곳도 있다. LG그룹이 대표적이다.
구본무 회장을 이을 후계자로 구광모 LG전자 차장이 정해졌다는 게 기정사실화돼 있지만 이제 실무선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 경영권 승계는 아직 멀었다는 게 그룹 내부의 중론이다.
효성그룹도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과 차남인 조현문 부사장이 예상과 달리 최근 승진인사에서 빠져 후계 구도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재계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보다는 사업 현안에 신경을 써야 할 시기라는 조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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