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전효숙 후보자 중도낙마 이후 7년만에 재발

이동흡(62·사시 15회)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1일 시작됐지만 여야 간 입장 차가 커 국회 임명동의 절차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당 기간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마침 이강국(68·사시 8회) 헌재소장이 이날 퇴임함에 따라 당장 22일부터 헌재를 이끌 수장 자리를 비워두게 됐다.

●재발한 공백사태 = 헌재 소장 공석은 지난 2006년 소장으로 지명된 전효숙 재판관의 중도낙마로 인한 공백사태 이후 7년 만에 재발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8월16일 윤영철 헌재 소장 퇴임을 한달여 앞두고 전효숙 당시 재판관을 후임자로 지명했으나 전 재판관이 남은 3년의 임기가 아니라 전체 6년 임기를 새로 시작하기 위해 후보로 지명된 직후 사표를 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법적 결함을 지적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대하면서 임명동의안이 번번이 무산됐고, 결국 노 대통령은 지명 103일 만인 2006년 11월27일 임명동의안을 철회했다.

이후 이강국 후보자가 다시 지명되고 정식 취임하기까지 무려 140여일간 소장 자리를 비워둔 채로 헌재가 운영됐다.

헌법재판관까지 포함하면 헌재 공백사태는 최근에도 빈발했다.

2011년 7월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 퇴임 이후 1년2개월간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조 재판관 후임으로 민주당이 추천한 조용환 변호사의 천안함 사태 관련 발언을 새누리당이 문제삼아 사상검증 공세를 펼치면서 본회의에 상정된 선출안이 부결됐다.

지난해 9월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강일원 안창호 헌법재판관이 동시에 취임하면서 헌재가 '9인 체제'로 정상화됐지만 불과 4개월 만에 다시 헌재소장 공백사태를 맞게 됐다.

●공백 길어지면 한달 넘길 수도 =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마친 날부터 3일 이내에 심사경과보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보고서가 채택되고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과하면 후보자는 대통령 임명을 거쳐 정식 취임할 수 있다.

매끄럽게 절차가 진행됐을 때 이르면 이달 안에 소장 취임이 가능해 공백기간을 열흘 이내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야당이 자질·도덕성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제기된 이 후보자를 반드시 낙마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월 임시국회 개회 자체도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있어 자칫 다음달로 처리가 미뤄지면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한달 이상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일 이 후보자가 중도 낙마할 경우에는 처음부터 인사검증을 다시 거쳐 다른 후보자를 지명한 뒤 청문절차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공백 사태가 두달 가까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재 소장도 9명의 재판관 중 한 명이지만 대외적으로 헌재를 대표하는데다 인사권 등을 갖고 있어 공백에 따른 여파는 상당하다.

일단 이강국 소장의 후임자가 정식 취임하기 전까지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선임 재판관인 송두환(64·사시 22회) 재판관이 1주일간 권한대행을 맡는다.

그래도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정식 권한대행자를 선출하기 위한 헌법재판관 회의가 소집되는데 재판관 7인 이상 출석과 과반수 찬성으로 대행자를 선출하게 된다.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두 번 연속 발생하게 됨에 따라 이참에 지명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현행처럼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식으로는 정치적 성향에 따른 논란이 불가피한 만큼 국회 선출 또는 재판관 호선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이강국 소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헌재 소장은 국민의 박수 속에 선출돼야 하는데 논란이 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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