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단의 LCD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유독물질인 불산이 누출돼 인근 지역 주민들이 며칠 동안 불안에 떨었다.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이 해당 업체의 경계지역 3곳과 폐수처리장, 폐액탱크 등을 조사한 결과 불산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외부로 확산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9월 발생한 구미 불산 유출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나 시민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해당 업체 작업자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불산 용액 저장탱크와 연결된 PVC파이프를 파손해 누출이 됐다는 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유독물질 관리가 이렇게 허술해서야 언제 또 비슷한 사고가 터질지 주민들이 불안해서 살기 어려운 노릇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유독물질을 다루는 공장의 시설·장비규격에 대한 법 규정은 명확하지 않다. 업체가 자의적인 기준으로 유독물질 처리 설비를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 대형사고가 발생할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9월 경북 구미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1만여명이 치료를 받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농작물과 환경오염 2차 피해도 막심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화학사고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의 필요성이 강조됐지만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청주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의 피해는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작업자가 가벼운 화상을 입은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도 우리에게 주는 경고와 교훈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실수로 밟았다 하더라도 배관 파이프가 깨지고 불산이 누출된 것은 공장시설이 그만큼 허술하다는 방증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8월에도 유독 가스 누출 의혹이 제기된 적 있다. 공장 주변 조경수인 은행나무가 고사하고, 이웃 공장의 유리창이 변색하는 등 배출가스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조사에 나선 청주시는 유독 가스가 누출되지 않았고, 대기 환경에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일부 주민과 전문가들은 화학물질이 누출되고 있다며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화학 유독물질의 관리는 단 한 치의 허점도 용납되지 않는 100% 안전의 기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99%가 안전하다 해도 단 1%에 구멍이 난다면 대형 인명·재산·환경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게 화학사고다.

이런 관점에서 화학사고 전반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철저한 예방과 유사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독물질 취급 시설·장비 규격을 대폭 강화하는 등 관련 법규의 전면적 손질도 시급하다. 구미 불산 사고에 이어 지난 12일 경북 상주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의 염산사고, 청주 불산 사고가 잇따라 일어났듯이 대형 화학사고가 일어날 위험은 전국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처럼 언제 또 화학사고 닥칠지 모를 일이어서 이제라도 완벽한 예방체계를 구축하고 사후 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엄격히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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