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방침에 종교인 난색

 과세 원칙 동의하지만, 정부 태도에는 불만
종단별 사정 달라 근로소득시각도 거부감
김영주 총무 소득세에 종교인세제정해야



정부가 공평과세를 위해 종교인에게도 소득세를 매기려던 계획이 유보됐다. 최근 종교계에서 정부의 과세 방침에 잇따라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지만 종교계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는 사실 예견됐던 상황이라는 여론이 팽배한다.
 정부가 종교인 과세 방침을 밝힌 이후 종교계는 대부분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과세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정부의 태도와 과세 방법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적잖은 불만도 제기됐다. 정부가 종교계와 최종 합의 없이 섣부르게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는 이미 NCCK 내부에서 세금을 내는 것으로 합의했다기재부가 교회의 자발성과 정부 정책이 같이 갔으면 좋겠다며 발표를 하지 말아 달라고 해 이를 지키고 있었는데 갑자기 (보도가) 나와서 조금 유감이라고 말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기재부에서 구체적으로 종교계에 논의하거나 질의한 적이 없다면서 “‘언론플레이를 통해 종교계가 과세에 반대하거나 과세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처럼 비치는데 (불교계는) 과세를 조금도 부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종교계 간의 해묵은 과제라고는 하나 종단별로 여건이 천차만별이어서 천주교 등 이미 세금을 내는 종단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과세 방법과 기준에 대해 종단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면세 혜택을 받는 종단 대부분은 납세를 위한 여건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상태다.
심지어 일부 대형 개신교회를 제외하고는 정기적인 소득이 없거나 과세율에 못 미치는 성직자들도 많아 과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만 해도 정기적인 소임이 없고 선방 등에서 수행하는 스님만 종단 전체의 5분의 4에 달하는 1만명에 달한다.
자승 스님은 수행자인 스님에게는 임금 지급을 전제로 성립하는 고용 관계가 없다며 수행·교화 활동에 따른 전통적 보시 방식과 현대 세무 행정 간 조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불교는 결혼해 자녀가 있는 교무(敎務·성직자)가 월평균 최대 70만원을 받고 있다. 자립이 불가능한 교회도 전체 교회의 70%가 넘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기재부가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규정하겠다고 밝힌 데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종교계 대부분은 성직자를 근로자로 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불교는 출가 수행자 개념이 강한데 근로소득이라는 개념이 정서적으로 이해가 되기 힘들다고 전했다.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도 종교인 납세는 긍정적이지만 이를 근로소득세로 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종교의 정서에 맞는 세금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영주 총무는 보수교단도 참여하게 하려면 근로소득세보다는 기타항목에 종교인세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기재부가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서 종교인 과세를 제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과세 기술상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교계 한 관계자는 세금을 내러 가면 일선 세무 공무원들은 안 내도 되는 걸 머리 아프게 뭐하러 내러 왔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일선 세무서의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기총 등 일부 반대하는 측은 정부가 과세를 핑계로 교회 등에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할 것을 우려한다실제로 외국에서는 종교단체에 과세해도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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