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리 와중 급식만족도 상승 설문 발표로 ‘눈총’

 청주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영양교사가 학교급식 식재료를 횡령해 고발조치를 당한 가운데 충북도교육청은 지난해 하반기 급식만족도가 상승했다고 발표해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22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청주 A초등학교 영양교사 B(여·47)씨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여 기간 동안 1751만3000원 상당의 고춧가루 등 주요 양념식재료를 과다 구매한 뒤 급식에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횡령했다.

B씨는 또 2011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납품업체와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2000만원씩 28회에 걸쳐 2억원 가량의 금전 거래를 해온 것으로 도교육청 감사에서 드러났다.

도교육청은 식재료 횡령 과정에서 급식 물품을 납품하는 특정업체와 수차례에 걸쳐 의혹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 불투명한 금전거래를 하는 등 공무원으로서 성실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B씨를 경찰에 고발조치와 함께 중징계요구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B씨가 급식을 빼돌렸다는 제보에 따라 감사에 착수해 학교 식단과 급식일지 등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횡령 사실을 밝혀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영양교사가 특정업체와의 금전거래 부분 등에 대해서는 수사기관 의뢰를 통해 철저히 밝힐 것”이라며 “앞으로도 학교급식과 관련해 식자재 검수 등의 급식업무를 소홀히 하는 공무원에 대하여는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이 같은 급식관련 비리 사실이 드러난 와중에 공교롭게도 지난해 하반기 학교급식 만족도가 상승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해 눈총을 사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날 ‘2012 하반기 학교급식 만족도 조사 결과’ 무상급식 만족도가 81.8점으로 상반기(78.8점)보다 3.0점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12월 도내 각급학교 학생 1만212명과 학부모 9509명 등 모두 1만9721명을 대상으로 음식의 맛과 음식 제공량, 급식영양, 식재료 품질, 급식종사자 친절성, 원활한 배식 등 13개 항목에 대한 설문으로 실시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은 조사결과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부모 김모(46)씨는 “식재료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학교급식에 만족한다는 결과는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이 전체 학교에서 발생한 일은 아니겠지만 아이들의 식단으로 장난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학교에 대한 급식 감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급식 만족도 설문조사는 보다 나은 급식환경 조성을 위해 매년 2차례씩 실시하고 있다”며 “이번 식자재 횡령으로 학교급식에 불신이 생길 수 있겠지만 다른 많은 학교에서는 만족한다는 객관적인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 이 학교에 대한 사건이 불거지면서 해당학교에 대한 설문은 분석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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