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충남도교육청의 장학사 임용관련 뉴스가 연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필자도 한 번 교육계이 발을 들여 놓고 30년이 넘도록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이 학연, 지연의 혹독함을 여러 번 경험하였다. 서울서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서 중등교사로 재직했던 사실은 충청도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아무 쓸모가 없었다. 아는 사람도 하나도 없고, 다문화 관련 정책을 입안해서 교육청에 들어가도 받아들이는 사람도 없었다. 교육의원으로 출마해 보니 학연의 골은 더욱 깊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서울에 있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충남에 오니 K대학 출신이 아니면 포기하라고 했다. 물론 K고를 졸업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했다.
교육청이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 있어서 서로의 이해관계만 추구한다면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방송사의 도움으로 충남에서 가장 다문화가정이 많은 곳이 어디냐고 찾아도 대답은 시큰둥하게 돌아오고, 방송에 나가 학교가 발전하고 매스컴에 여러 번 오르내리게 되니 공은 모두 그들만의 것이었다. 누구 말대로 그들만의 리그에 필자는 기운만 쓴 것이다. 글자그대로 상은 해당학교와 관련 인사(?)들이 차지하고 필자에게 남은 것은 자동차 유류비 영수증 뿐이었다. 물론 필자가 상이나 돈을 바라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그 사업을 시작할 때 담당자님(?)의 고압적인 자세와 비협조적인 언사로 상처를 받았기에 그분의 투덜거리던 목소리는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언제까지 이 학연과 지연이 교육계에 자리잡고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한국 교육의 큰 걸림돌인데 왜 이런 것이 없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직선제에 따른 폐단이 아닌가 한다. 제발 교육계에 금전 관련 비리와 줄 서기 풍토는 사라졌으면 좋겠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학연과 지연과 인연에 얽혀있는가?
다행스럽게도 다문화 사회는 아직 학연이나 지연은 불필요한 것 같다. 왜냐하면 아직은 모이기에 힘쓰고 패거리 짓기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문화가정의 모임을 나가 보면 베트남 팀이 따로 있고, 필리핀 팀이 따로 있는 등 아내 나라 별로 모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남편들의 학교보다는 아내를 중심으로 모이는 것이 특색이다. 그러다 보니 남편들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았다. 전혀 인연이 닿지 않았던 사람들인데 아내로 인해 인연을 만들고 잘 지내는 것을 보면 즐겁기도 하다. 인연을 버려야 한다고 하면서 인연을 만드는 이야기를 진행하는 필자가 이율배반적으로 보이기도 하다. 학연과 지연을 버리자면서 다시 베트남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인연을 말하고 있으니 참으로 우습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버리기 어려운 것이 학연이다. 동창들 모임에 가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학연을 중요시하고 같은 대학을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금방 형님 아우가 되니 학연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이 다시 표로 연결되고 이권으로 어우러지니 문제가 된다. 아내를 중심으로 한 다문화가정의 인연에는 아직 이런 이권은 없어 보인다. 유사제도를 두어 음식값을 부담하고 각자 회비를 걷어 행사에 대비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투명하다는 얘기다. 투명하면 문제가 없다. 후배를 키워주고 그 댓가로 금전이 오고가고, 다시 세력을 형성하여 표로 연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야기된다. 표를 구하기 위해서는 금전이 필요하고, 금전을 제공한 사람은 또 이권을 챙기려 하기 때문에 이런 악순환은 계속되는 것이다. 이 참에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면 어떨까 한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출세하려고 하는 사람은 일벌백계해야 한다. 교육계의 사조직은 결단코 없어져야 한다. 아직은 순수한 다문화가정의 모임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회는 중국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다분히 그런 성향이 강하다.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내를 중심으로 모이는 다문화가정에서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 공자가 말하길 세 사람이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다문화가정의 모임을 통해 교육계가 배워야 할 것도 많다. <중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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