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관련 '투기ㆍ개발정보 활용ㆍ세금탈루' 의혹 증폭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서를 제출하기도 전에 자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부동산 투기'부터 '아들 병역면제'까지 각종 의혹이 잇따르고 있지만 김 지명자는 "자료가 모아지는대로 수일 내 입장을 이야기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 정도다.

정치권에서 의혹들 중 일부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형성될 여론의 향방과 김 지명자의 답변 태도 등이 향후 국면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투기 논란 = 김 지명자 부부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부동산 편법증여 및 관련세금 회피 의혹 등이 관련논란의 핵심적 내용이다.

김 지명자와 그의 가족이 소유했거나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10여군데에 달한다.

김 지명자가 납북된 부친으로 물려받은 것으로 보이는 충남 부여군의 논밭과 임야 4만7000여㎡를 제외하곤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장남 현중씨와 차남 범중씨 명의로 된 서울 서초동의 대지 674㎡이다. 현재 공시지가는 45억여원에 이르며 부동산 업계에서는 실제 가치가 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지명자의 두 아들은 1975년8월1일 이 대지를 매입했고, 김 지명자는 이에 대해 자신의 모친이 손자들을 위해 당시 400만원을 들여 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증여세가 제대로 납부됐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일부 언론은 또 이 대지의 원 소유주는 김 지명자의 고교 및 대학 친구인 김모씨이며, 과도한 택지소유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택지소유상한제가 시행된 1991년에야 김 지명자의 두 아들에게 이 땅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기가 돼 그 이전의 재산세는 김씨가 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지 위에 5가구가 들어갈 수 있는 다세대주택이 지어진 것도 1991년이었으며, 관할 구청은 김 지명자의 두 아들에게 8000만원의 부담금을 물렸지만 이들은 임대사업자라고 주장하며 행정심판을 벌여 부담금 부과가 취소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다세대주택은 현재까지도 등기가 되지 않아 투기 의혹뿐만 아니라 부담금 및 토지초과이득세 회피, 주택 건축비에 대한 증여세 탈루 등 여러 의혹이 재생산되고 있다.

김 지명자의 두 아들이 땅을 매입한 지 얼마 안돼 서울시가 법원과 검찰 등 법조타운을 강남으로 옮기는 방안을 발표해 김 지명자가 개발정보를 활용해 부동산을 샀다는 의심마저 일고 있다.

서초동 일대는 1970년대 중반부터 투기 대상이 돼 정치인과 판ㆍ검사 등 고위 공무원들이 부동산을 집중매입했다는 것이 주변 부동산 업계의 전언이다.

장남 소유로 돼 있는 경기도 안성의 임야(7만여㎡)는 장남이 7살 때인 1974년 매입했으며, 이를 놓고 김 지명자가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시절 법원 직원과 함께 직접 둘러보고 각자의 아들 명의로 공동매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명의가 김 지명자 본인이었던 수도권의 부동산은 △경기도 수원시 금곡동 임야(1만7000여㎡) △인천 중구 북성동 잡종지(230여㎡)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아파트(167㎡) △서울 도봉구 쌍문동 임야(173㎡) △서울 은평구 갈현동 대지(241㎡) 및 건물(238㎡) 등 5군데에 분포돼 있다.

부인 명의이거나 명의였던 부동산도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밭과 마포구 신수동 대지 및 건물 등 2건에 이른다.

김 지명자 부부는 이들 부동산을 '투기 열풍'이 강하게 불던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까지 사들였고, 김 지명자가 헌법재판소장을 퇴임한 2000년 이후 팔거나 자녀에게 증여했는데 시세차익이 110억원에 달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특히 부인 소유였던 신수동 땅과 건물은 김 지명자의 공직자 시절 재산공개에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고 1993년 타인에게 소유권 이전이 됐다가 1996년 다시 김 지명자의 부인 소유로 바뀐 정황이 발견돼 재산공개 회피용이 아니었냐는 얘기도 있다.

●두 아들 병역면제 논란 = 김 지명자의 장남 현중씨는 1989년 10월에 체중미달로 면제를 받았고, 차남 범중씨도 1994년 7월 질병(통풍) 때문에 병역 면제등급인 5급을 받았다.

당시 김 지명자는 대법관이었는데 의혹의 핵심은 김 지명자가 아들의 병역 면제에 관여했는지 여부다.

일부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청탁이나 뇌물 등 부정한 방법으로 아들의 병역을 면제시킨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현중씨는 현재 신장이 170㎝를 넘고 면제 당시에도 169㎝로 알려졌는데 이 신장을 갖고 병역을 면제받으려면 몸무게가 45㎏이 안돼야 했다.

범중씨의 면제사유인 통풍의 경우 이를 악용해 병역을 면제받는 사례가 생기면서 관련규정이 강화돼 의혹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풍이 주로 40대 이후에 발병하는 질병이라며 의심하고 있다.

1998년 5월 대규모 병역비리 수사를 벌인 군·검·경 합동수사반도 두 아들의 병역면제와 관련 수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 합동수사반은 19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의 아들 병역 문제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구속수감돼 있던 '병역 브로커' 김대업씨가 수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2001년 한 시사주간지 보도에 따르면 합동수사반은 10여년간 전현직 정치인과 장차관, 외교관 등 고위층 79명의 자제 85명의 명단을 내사 차원에서 만들었고, 이 가운데 김 지명자의 두 아들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큰 아들과 관련해 지인들로부터 "당시 현중이가 군대에 안 가려고 살을 뺐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 의도적으로 체중 조절을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판결·로펌행·아들 취업특혜 의혹도 논란 = 김 지명자의 재조시절 판결을 놓고도 논란이 거세다.

대법관 시절인 1987년 '부산판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 재상고심의 재판장이던 김 지명자는 수용인이 취침 때 감금했다는 감금죄 부분을 무죄 취지로 판결하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검찰이 복지원장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한 이 사건은 결국 징역 2년6개월로 결론났다.

이를 두고 민주통합당은 "이 사건을 판결했던 대법관이 '사회적 약자'의 상징인 김 후보자라는 것은 충격"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헌법재판소장이던 1996년 헌재가 5.18 특별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릴 때 김 지명자가 반대 의견을 낸 것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김 지명자가 2000년 헌재소장에서 퇴임한 지 닷새 만에 대형 법무법인인 '율촌'의 고문으로 취직한 것도 '전관예우'로 비칠 수 있다.

김 지명자는 10년간 율촌에서 고문변호사를 지낸 이후에는 큰 사위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넥서스의 고문으로 활동해왔다.

장남 현중씨가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발급받기 전인 1999년 율촌에 '외국법률고문' 자격으로 취업해 활동한 것도 논란거리다.

현중씨는 1999년 7월 뉴욕주 변호사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는데 그해 귀국해 율촌에 입사, 이듬해까지 근무했다. 그러나 현중씨는 2002년에야 뉴욕주 변호사로 등록됐기 때문에 입사 과정에 김 지명자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지명자 "자료 구해지는 대로 해명" = 이처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고 있지만 김 지명자는 "자료가 모아지는대로 수일 내로 입장을 이야기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총리실 청문회 준비단은 28일부터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을 위한 서류 확보 작업에 착수했다. 15명 규모로 꾸려진 준비단은 각종 의혹을 해명할 수 있는 것부터 우선순위에 두고 자료 확보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우선 두 아들의 병역 면제와 관련해서는 위법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김 지명자가 자신의 군미필에 대해 부채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며 "김 지명자가 '나 스스로 국가에 미안한 마음이 있는데 아들을 일부러 뺐겠나.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청문회 준비단도 병적기록부나 생활기록부, 진료기록부, 진단서 등 자료를 통해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결과 관련해서는 김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직접 판결 당시 경위와 배경, 법적 근거 등을 소상히 밝힐 계획이다.

하지만 의혹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자료를 통해 해명하기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지명자와 그 가족들이 부동산을 샀다가 판 것이 사실로 드러난 상황에서 납세 자료를 통해 세금 탈루 여부는 규명할 수 있겠지만, 시세차익을 올린 것이 투기로 비치는 것까지 해명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총리실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에 불법이나 탈법은 없었겠지만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분이 부동산 거래로 거금을 벌었다는 것이 국민 정서에 반할 수 있다"며 "김 지명자의 성격이 소탈하고 가감이 없는 만큼 자료를 통한 소명이 부족하면 국민에게 진솔한 사과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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