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후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든시간 보내

대중들 위로에 다시 노래할수 있는 용기 얻어

 

타이틀곡 지우개진심담아 담백하게 표현

조용히 천천히 오래 노래하는 가수로 남고파

 

 

알리(본명 조용진·29)가 새 음반을 발표하는 건 13개월만이다.

이 시간은 여느 가수들의 공백기와 달랐다. 헤집어진 가슴 속 상처를 덮는 시간이었고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보듬어준 대중에게 보답하려고 고군분투한 시간이었다.

지난 201112월 그는 자신이 성범죄 피해자임을 고백했다.

당시 알리는 8세 여아를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자작곡 나영이를 발표했고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난 여론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다. 혼자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비밀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파문을 겪으며 조금이나마 오해를 풀고 싶어 비밀을 공개하게 됐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1년여의 시간을 보낸 끝에 오는 30일 두번째 미니음반을 발표했다.

같은 피해자여서 아프겠지만 결국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곡을 썼는데 실수가 됐다공백기 동안 대상포진에 걸리고 주파수 3개가 동시에 들리는 이명(귀 울림) 증상으로 힘들었다. 고백 후 얼마 안돼 KBS 2TV ‘불후의 명곡에서 노래했는데 관객을 못 보겠더라. 위로해준 팬들에게 보답하려면 이겨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애써 웃어보였다.

이후 그는 음반 작업에만 매달렸다. 작곡가들과 녹음하고 자작곡을 쓰며 매일 새벽 6시에 귀가했다.

타이틀곡 지우개는 지난 2009년 알리의 데뷔곡 ‘365을 만든 임기훈, 최준영 콤비가 만들었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해 아파하는 심정이 담긴 발라드다. 알리는 특유의 폭발적인 창법과 화려한 기교 대신 이야기하듯 담백하게 노래했다.

그는 가사를 이해하며 진심을 담아 노래했다평소에도 기교에 대한 욕심보다 말하듯 노래하려고 성우와 아나운서 코멘트, 뮤지컬 대사를 따라하는 연습을 한다고 설명했다.

자작곡인 이기적이야는 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살이 되면서 만들 수 있게 된 노래라고 했다. 현 세대의 인스턴트식 사랑에 대한 비판이 강렬한 기타 사운드에 담겼다.

휘성이 작사, 작곡한 말 돌리지마도 이별이 오기 직전의 불안감을 솔직한 노랫말에 담은 드라마틱한 노래다. 그는 무명 시절 휘성 선배의 코러스를 한 적이 있어 휘성 선배의 보컬 스타일로 노래해봤다고 말했다.

알리의 무명 시절은 꽤 길었다.

그는 단국대학교 생활음악과 재학 시절 휘성, 빅마마 등 노래 잘하는 가수들의 코러스로 활동했다. 데뷔는 대학 스승이던 재즈 가수 웅산의 소개로 2004년 발매된 재즈 편집 음반 누보두(Nouveau Deux)’에서 다섯손가락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을 블루스로 편곡해 부르면서다. 이후 그는 재즈 클럽에서 본명 조용진으로 공연 무대에 올랐다.

목소리와 이름을 알린 건 대학 선배인 브라운아이드소울 성훈의 소개로 리쌍을 만나면서다. 그는 2005년과 2007년 리쌍의 3, 4집에 객원 보컬로 참여해 내가 웃는게 아니야발레리노등을 히트시키며 대중에게 한발 다가섰다. 그리고 2009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데뷔 음반을 발표했다.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꽤 더딘 걸음이었다. 뜨기 위해 모 신문사 대표인 아버지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안해봤을까.

저와 아버지가 닮았어요. 아버지도 말단 사진기자부터 시작한 분인데 늘 사람은 잡초 같이 자라야 한다고 하셨죠. 제가 코러스로, 재즈 가수로 활동해도 묵묵히 지켜보셨고 리쌍과 제 이름이 TV에 나오니 그제서야 눈여겨 봐주셨죠. 지금도 바깥에서 제 얘기를 하면 조심스러워 하고 기획사와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세요.” 그는 자신에게 음악은 삶인 만큼 조급해 하지 않고 조용히 천천히 오래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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