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적합한 10분 이내로
한류 그룹 2PM이 신청곡을 직접 불러주는 이 프로그램의 매 회당 길이는 10분. 추후 KBS월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송할 것을 염두에 둔 길이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면서 이에 적합한 짧은 길이의 콘텐츠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과거 방송사들이 60분, 혹은 90분짜리 프로그램을 짧게 편집해 유튜브에 올렸다면, 이제는 처음부터 유튜브에 맞춰 제작하기 시작한 것.
프로그램을 연출한 KBS월드 김상무 PD는 “유튜브에도 제공되는 새로운 콘텐츠 개념의 프로그램”이라며 “유튜브를 통한 한류 확산에 이바지하리라 생각한다. 2PM 멤버들도 큰 부담 없이 팬과 교감을 나눌 수 있어 매우 반겼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향은 지상파보다는 편성이 한층 자유로운 케이블 TV에서 두드러진다.
티캐스트 계열 케이블 채널 E채널이 지난 10월부터 방송 중인 시추에이션 콩트 쇼 ‘단단한 가족’은 매 회 2~3분 길이의 짧은 에피소드를 엮어낸 독특한 구성의 프로그램이다. 제목 ‘단단(短短)한 가족’부터가 ‘손바닥에 쓸 수 있을 만큼의 짧은 이야기’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짧은 콘텐츠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유튜브를 통한 파급력이 좋아 홍보에 용이하다는 것. 티캐스트는 ‘단단한 가족’의 각 에피소드를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단단한 가족’을 연출한 정환석 PD는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분량이 2~3분”이라며 “처음부터 유튜브라는 매체를 염두에 두고 포맷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tvN이 지난 25일 처음 방송한 시추에이션 드라마 ‘플레이 가이드’도 매회 길이가 10분에 지나지 않는다.
가수 손담비가 주연을 맡은 ‘플레이 가이드’는 ‘솔로 탈출’을 기획 의도로 삼아 이성 친구에게 고백하기, 사내 연애 성공하기 등 의뢰인의 각종 연애 고민을 드라마 형식으로 풀어주는 프로그램. 현대자동차와 공동 기획을 통해 광고 효과를 꾀하는 ‘브랜디드 프로그램’을 지향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CJ E&M 연창민 차장은 “외부에 유통되는 클립의 길이가 짧을수록 시청자가 보기에 편하다”며 “현대자동차와 tvN이 함께 기획하면서 짧고 임팩트 있게 가자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잘 드러나도록 해보자는 의도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러한 콘텐츠는 짧은 시간 안에 기·승·전·결을 모두 몰아넣어야 한다는 연출상의 제약이 따른다. 자칫하다가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단단한 가족’의 정환석 PD는 “짧은 시간 안에 압축해야 하기 때문에 내러티브와 웃음 포인트 앞에 깔리는 상황 설명이 빨리 전달돼야 한다”며 “서사적으로 설명할 시간이 없어 표현에 어려움이 많다”고 제작의 어려움을 전했다.
자연스레 이를 연기하는 연기자에게도 부담이 간다.
정 PD는 “연기자들도 함축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연기 호흡과 대사가 일반적인 작품보다 빠르다”고 설명했다.
‘단단한 가족’에 출연하는 배우 오광록은 “2~3분짜리 콩트 속에서 너무나 웃긴 코미디 같은 ‘일상’들도 ‘짙게’ 변하는 페이소스(연민)를 발견한다”며 “장면마다 다른 마음들을 머금는 순간들이 있어서 배우로서 좋은 시간이 되겠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창민 차장은 “사실 짧은 정보 전달 프로그램은 예전부터 많이 있었지만 예능이나 드라마 형태는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며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고 짚었다.
또 “앞으로 성공 사례들이 많이 나와야 이러한 경향이 이어질 것 같다”면서도 “여러 광고주 브랜드와 함께 할 수 있는 마케팅 풀로는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환석 PD 역시 “유튜브나 SNS가 젊은이들의 ‘코드’인 만큼 이런 매체에 적합한 장르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