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 기 한국교통대 교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2009년 모 케이블 방송국에서 시작한 시청자 참여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이 공중파의 시청률을 넘어선 성공을 거둔 이래로 지금은 공중파 3사 까지 모두 뛰어들어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 저녁까지는 어떤 채널을 돌리던 오디션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재능 있는 인재들의 넘치는 끼를 보는 것도 즐겁거니와 심사위원들의 시각과 시청자의 시각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예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재미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오디션이 프로그램이 자리 잡기 전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은 꾸준히 있어왔었다. 아마도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참여했고 국민적 인지도를 가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전국노래자랑이 아닐까 한다. 참여 자격에 다소간의 제한이 있긴 하지만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 역시 오디션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이라 하겠다. 방송사가 개입되지 않더라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를 포함한 다수의 음악 경연대회는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면서 훌륭한 음악인들을 배출해왔었다. 그러나 지금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과거 프로그램과의 차이점을 들자면 시청자의 직접 참여, 참여층 확대, 캐스팅 지역의 전국화 및 글로벌화, 그리고 방송 매체 및 기획사의 적극적인 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 오디션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순위 매기기 열풍에서 기존 가수들 역시 예외 일 수 없어서 방송사별로 청중 평가단에 의한 비교와 탈락이 매주 거듭되고 있다.

비교에 따른 등수 매기기가 불가하다고 여겼던 대중 가수 그리고 예비 대중 가수들에 대한 등수 매기기가 공식화된 마당에 기존에는 생각할 수 없는 영역에 까지 등수 매기기가 확장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가령 예비 미술가들의 작품을 대중이 평가하여 작가별로 순위를 매기거나 신춘문예 작품에 대해 일반 독자들이 참여하여 평가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디션 프로에서 심사위원단 또는 청중평가단 앞에서 긴장하고 있는 가수지망생, 기존 가수들을 보고 있노라면 꼭 저렇게까지 경연을 붙여야만 직성이 풀리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대중 예술가와 예술 소비층간의 개인적 교감조차도 집단적으로 또는 전문가 평이라는 이름으로 정량화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는 잘 모르겠다. 굳이 재능으로 똘똘 뭉친 이들의 경연이 아니라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이웃들의 흥겨움을 그냥 즐길 수는 없는지, 그들의 실수도 아마추어이니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없는지 말이다. 만일 순위를 매기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제한적이라면 몰라도 지금처럼 공중파 채널 모두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오디션의 과잉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지금의 오디션 과잉이 행여 경쟁 방송사에서 시청률 좋은 프로그램 포맷에 약간의 수정을 가해서 쉽게 시청률을 올리려고 하는 시청률 지상주의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재능이 엿보이는 일반인이 어엿한 연예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시청자가 직접 참여한다는 것은 문화의 주체적인 소비 측면에서 순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화 산업의 발전 측면에서 봤을 때에도 소위 말하는 한류의 지속적인 확산과 인재의 체계적인 발굴과 육성에 크게 이바지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난립은 그 정도를 넘어선 것 같다. 우리 사회가 늘 경쟁과 순위에 치여서 사는 곳이라고 하지만 여유를 갖고 마음 편하게 즐겨야 하는 대중음악조차 긴장의 끈을 늦추기 못하고 봐야하는가 싶다. 오디션도 좋지만 마냥 편하게 대중 예술을 즐기고 싶고 대중 예술을 생산하는 예술인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공연에 임하는 모습이 대중 예술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여전히 우리나라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표는 전국노래자랑이다. 전국노래자랑이 지금껏 사랑 받았던 이유는 참여에 제한 없이 우리네 모든 이웃들이 신명나게 재능을 뽐 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왔었고 비록 최종 순위를 매기기는 하지만 설령 실수가 있더라도 여유롭게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와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디션 과잉보다는 적정한 수준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 대중 예술 전문가가 마음껏 기량을 뽐낼 수 있는 기회와 더불어 일반인들이 편하게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대중 예술에서의 여유를 기대해 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