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듯 양손 앞뒤로 움직여가며 결백 호소

"피고인 최태원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합니다. 실형을 선택합니다. 법정구속에 예외사유가 없습니다."

3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재판부가 마침내 주문을 읽자 최태원(53) SK 회장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한 시간 넘도록 피고인석에 서서 두 손을 모은 채 어두운 표정으로 판결 이유를 듣던 검은색 양복 차림의 최 회장은 이윽고 침통한 표정을 지은 채 피고인 대기실로 향했다.

국내 3대 재벌그룹 총수에게 법정구속이 집행되는 순간이었다.

숨을 죽이며 재판을 지켜보던 SK그룹 관계자 등 150여명의 방청객 사이에서도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 사건을 심리해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이원범 부장판사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선고공판에서 약 1시간10분에 걸쳐 장문의 판결문을 읽었다.

사안의 중대성에 부담감을 느꼈는지 판결 이유를 밝히는 중간 중간 짧게 호흡을 가다듬어가며 잠시 쉬었다가 낭독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부장판사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여러 차례 최 회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강조했다.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이 나오면서 법정에는 일순간 최 회장에 대한 선처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됐으나 길게 가지 않았다.

재판부가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SK홀딩스 장모 전무,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피고인들에게 각자 선고를 한 뒤 최 회장을 법정구속해야 하는 사유를 상세히 이어서 설명하자 혹시나 했던 방청석의 기대감도 사라졌다.

이 부장판사는 '책임의 무거움', 'Sk그룹에 대한 국민적 신뢰', '최고경영자로서의 위치' 등을 계속 언급하며 재벌 오너의 범법행위에 대한 처벌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재판부가 법정구속을 집행하기 전에 최 회장에게 발언 기회를 주자 최 회장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저는 정말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호소했지만,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최 회장은 몹시 답답하다는 듯 양손을 앞뒤로 움직이는 동작을 취하며 결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재판이 끝나고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 더이상 할 말 없다"는 짧은 발언을 남기고 법정을 나섰다.

법정 주변에는 재판이 시작되기 두 시간 전부터 방청석에서 재판을 보려는 SK그룹 관계자들과 시민,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려 법정 입구에서 한동안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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