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먹이고 연탄불 피워…모의연습도 - 형 범행으로 위장하고 태연히 상주 노릇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일가족 3명 사망사건의 범인은 둘째 아들인 박모(25)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3일 "가스 질식으로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던 둘째 아들로부터 범행 사실을 자백받았다"고 밝혔다.

●사건 개요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박씨는 사건 당일 오전 1시께 아파트 작은방에서 아버지(52), 어머니 황모(55)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여 잠들게 한 뒤 미리 준비한 연탄불을 피워 숨지게 했다.

이어 형(27)과 함께 밖에서 술을 마신 뒤 오전 5시께 들어와 안방에서 같은 방법으로 형을 살해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부모가 살해된 작은 방의 문을 닫아 연탄가스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도록 해 형의 의심을 피했으며 사전에 원룸에서 모의연습을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경찰은 일가족 가운데 둘째 아들 박씨만 의식을 차리고 119에 신고전화를 한 데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사실을 수상히 여겨 혐의점을 두고 수사해왔다.

사망현장에 외부 침입이나 사체에 외상 흔적이 없는 점도 수상히 여겼다.

부검 결과 살해된 일가족 3명에게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박씨가 전주시 팔복동 등지에서 화덕과 연탄을 사전에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박씨의 승용차에서 연탄과 번개탄가루도 수거했다.

또 박씨가 잠시 머물던 원룸에서 20여일 전에 뜯어낸 20㎝가량의 보일러 연통 배관을 발견했다.

●20일 전에도 살해시도

박씨는 지난달 8일 오전 2시께 공장에서 돌아온 부모가 귀가 후 곧바로 잠이 들자 아파트 베란다에 있는 보일러 연통을 뜯어내 연기가 집안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밖으로 나가지 못한 연기가 집안으로 역류해 부모가 질식사한 것처럼 위장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메케한 가스 냄새에 부모가 잠을 깨 창문을 열고 집 밖으로 뛰쳐나오는 바람에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부모는 도시가스 전문기관에 의뢰해 보일러를 점검했으나 별 이상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박씨는 부모 살해가 실패로 끝나자 집 인근에 원룸을 얻은 뒤 연탄 화덕을 구입, 모의실험까지 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치밀한 준비·위장

박씨는 부모가 사망하자 아버지의 휴대전화로 공장 직원의 연락처를 찾아 "내일은 출근하지 마라. 나도 안 나갈 것이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 형이 죽은 뒤에도 카카오톡을 통해 형의 친구들에게 "행복하라. 잘 살아라"는 내용을 남겨 형이 살해한 것처럼 꾸미려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특히 3개월 전에 자신의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의 원룸을 얻어 연탄 화덕 등을 이용, 모의실험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부모와 형만 죽고 자신은 하루 만에 의식을 되찾자 박씨는 31일 오후부터 장례식장에서 태연히 상주 노릇을 하며 눈물을 흘리며 손님들을 맞기도 했다.

박씨는 충남지역의 한 4년제 대학을 휴학한 뒤 군에 입대, 지난해 1월 제대하고 집안일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 동기

박씨가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진술을 꺼리고 있으나 재산을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실제 박씨의 아버지는 콩나물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층짜리 단독건물 등을 소유하고 있다.

박씨 부모가 운영하는 콩나물공장의 매출은 동종 업계에서도 높은 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박씨 부모가 땅을 구입하려 한 점 등으로 미뤄 현금도 상당히 보유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은 박씨 부모 명의의 재산상태와 보험 가입 여부 등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범인 박씨 "동반자살하려 했다"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와 달리 박씨는 경찰에서 "부모가 사기를 당해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 가족 불화가 심했다"고 진술했다.

또 "최근 떡갈비 가게를 시작한 형도 영업이 부진해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 가족이 다 같이 죽으려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박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추가로 수사한 뒤 존속살인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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