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철 호 신임 충북예총 회장

야구에서 경기전력에 위기가 닥쳤을 때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등장시키는 ‘구원투수’.

한국예술단체총연합회충청북도연합회(이하 충북예총)는 31일 정기총회에서 조철호(68·☏043-255-8885) 동양일보 회장을 회원 만장일치로 ‘충북예총의 구원투수’로 선택했다.

조 회장은 1988년 예총 회장을 역임했고 그로부터 25년 후에 다시 회장으로 당선된 것이다. 51년 충북예총 역사에 없던 일이다. 말하자면 25년 만에 돌아 온 충북예총의 구원투수 역을 주문받은 셈이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추대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그에 따라 2개월 동안 충북예총 개혁을 바라는 다수의 예술인들로부터 압력(?)을 받아왔던 조 회장은 이후 모든 협회와 예술인들이 원한다면 동의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까지 2개월의 과정을 거치면서 고민이 많았다.

언론인이라는 자신의 본령에서 할 일이 산재해 있어 예총 회장을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던 그는 추대요구에 밀려 결국 경선까지 치르는 시간들을 생각하면, 회원 만장일치로 추대된 지금도 아직은 얼떨떨한 표정이다.

“예총회장이라는 자리를 과거의 정열을 살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물음 때문에 부담스럽기도 하고, 예총의 위상을 다시 세우고 회원들이 바라는 예술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사명감이 머리를 무겁게 한다”는 조 회장.

충북예총 회원들이 조 회장을 구원투수로 내세운 것은 그가 ‘최초’로 일관된 창조적인 마인드와 에너지로 무장된 문화운동가이기 때문이다.

충북언론사상 최연소(26세) 공채기자 1호인 그는 42년 언론 외길을 걷고 있는 최장수 현역 언론인이다. 1980년 최연소(35세) 충북문인협회장으로 ‘충북문학인대회’를 처음 시작, 올해로 33년째 이어 오게 한 그는 전국 시·도 최초로 지역의 문학전집인 ‘충북문학전집’(전 5권)을 발간해 한국문단의 화제가 됐었다.

전국 시·도 예총 회장 중 43세로 최연소 당선자가 돼 눈길을 끌었던 그는 예총 회장 당시 충북의 예술공연1번지인 ‘청주예술의전당’ 터 잡기 등 건립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돼있다. 1991년 동양일보를 창간, 전국 지방지 사상 최연소(46세) 창간사주가 됐다. (사)한국시낭송전문가협회를 창립하는 등 시낭송으로 전 국민들의 서정성 찾기 운동을 전국적으로 펼치는 것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큰 틀에서 충북예술을 격상시키고, 예술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등 지역예술인들을 홀대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이 지역의 예술을 아름답게 꽃피웠던 원로 예술인들을 예우하고 중견·신진예술가들과 소통하며 또다시 충북예술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당선 직후 만난 조 회장은 4년의 임기 동안 오랜 역사와 전통을 다져 온 충북예총 기존의 틀에 다소의 변화로 예총의 위상을 정립할 계획이다. ‘대변인제’ 채택, ‘예총회보’ 발간, ‘싱크탱크’ 운영 등이 색다른 옷이 될 것이다. 또 예총 본연의 업무를 자료화, 계량화, 합리화 할 생각이다. 단체 간, 지역 간, 개인 간 소통을 통해 결집력을 키우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시인으로서의 조 회장은 “첫 시집을 낸지 30년 가까이 됐다”며 “예총 일을 맡았으니 잠시 숨 고를 시간이 필요하지만 갈수록 고독해지는 소시민들의 가슴을 적시는 시를 쓰고자 하는 개인적인 작업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자리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은 ‘고향에 살면서 과거 예총 회장 경력을 지닌 선배로 예총의 위기를 외면하고 방관할 것인가’ 하는 후배들의 따가운 요구와 예총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역 예술인들의 간절한 열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회원들의 지지를 에너지로 삼고 42년간의 기자생활에서 얻은 적지 않은 경험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충북예총은 10개 협회와 11개 시·군 예총 등 60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는 충북을 대표하는 문화예술단체로 22대 회장 이·취임식은 오는 18일 오후 4시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글/김재옥·사진 임동빈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