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훈 충북생생연구소장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모두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얼마 전 민주당이 국회의원 겸직 금지와 세비삭감을 하겠다는 의견을 내 놓았고 새누리당도 차세대정치인 양성과 정책연구기능 강화 등을 주축으로 하는 개혁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떤 방안이 나올지 두고 보아야겠지만 현재와 같은 정치체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만족할만한 개혁안이 나오기 어렵다. 주지하다시피 가장 큰 모순은 우리 정부형태가 대통령제도 아니고 내각책임제도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정부 출범 초기에 정치적 타협에 의해 혼합된 정부형태가 채택된 이후 시대적 상황에 따라 몇 차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모순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대통령제가 갖고 있는 약점을 내각제적 요소가 보완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약점을 보완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권력분립의 기본취지를 약화시키는 역기능이 더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통령제 하에서는 모든 것을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결정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그런데 총리라는 제도가 있어 문제가 되면 총리가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국민이 뽑은 것은 대통령이지 총리가 아니다.

그리고 장관으로 국회의원들이 임명되어 국회의 정부 견제 기능이 약화되었다.

유럽의 내각책임제 국가에서는 정부가 실정을 하면 수시로 선거를 해서 다수당과 총리(또는 수상)를 바꿀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정당이 책임을 진다. 그런데 우리는 대통령제 나라다. 정부의 실패로 정당이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도 않고 국회의원들이 의원직을 물러나지도 않는다.

정부에 와서 정책 형성과 집행에 참여를 했다면 국정의 실패에 대해 책임을 공유해야 하는데 책임은 없고 권한만 누리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의원이 정부에서 일을 하려면 의원직을 그만두어야 한다.

대통령제 하에서 정당의 역할은 거의 없다. 대통령제가 가장 잘 작동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우리와 같은 규모와 역할을 하는 중앙당이 없고 워싱톤 DC에 조그만 사무소가 고작이며 지방 조직도 미미하다.

정당의 주요역할은 각급 선거 때 당내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앙당에서 공천을 하는 것은 아니고 지역별 당 기구가 지역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후보를 선출한다.

주요 정책 결정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와 각 당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의회가 주축이 되어 움직인다.

우리같이 의사결정이 국회와 정당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경우 각 당 원내대표 간 의견이 같아도 당의 정치적 고려에 의한 간섭 때문에 의견조율이 어렵다.

국회만 열렸다 하면 매번 시끄러운 것은 의사결정 권한이 국회와 정당 간에 이원화된 것도 원인이다.

현재와 같은 규모나 형태의 정당이 필요한 것은 내각책임제를 하는 나라에서나 필요하다.

대선에서 양당 후보가 공약한대로 기초의원이나 단체장 공천을 하지 않는다면 더욱이 정당을 현재와 같은 규모로 존속시킬 필요가 없다.

정당을 규모나 역할 면에서 대폭 축소시키고 모든 활동은 국회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

정부 운영에서도 지방분권화가 대세임을 감안한다면 정당운영도 분권화할 필요가 있다. 도당을 지역 당원들이 자율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제하에서 역할이 매우 제한적인 정당 운영을 위해 국민들의 세금을 쓴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일부에서 대통령제의 가장 큰 문제로 대통령의 권한비대를 우려하고 있지만 그것은 민주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독재가 가능했던 시절의 얘기라고 생각한다. 이제 양당 체제가 확립되었고 야당도 국정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 과거와는 여건이 다르다.

대통령에 대한 견제는 국회가 제 기능을 하면 된다. 그동안 대통령의 독주는 여당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을 감싸고돌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 정부와 국회간의 밀착관계를 단절시켜 견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갖고 정부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고 정당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니면 아예 내각제로 가는 것이 좋다. 이번만큼은 얼치기 개혁으로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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