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대설 기록 많아…'기상학적 봄'은 3월 초중순

절기상 입춘(立春)인 4일 아침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 곳곳에 발이 빠질 정도로 쌓인 눈을 보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봄의 시작'이라는 입춘에 왜 이번 겨울 들어 최대 폭설이 쏟아진 걸까.

절기의 의미를 놓고 보면 입춘에 내리는 눈은 이상하지 않다. 눈이 비로 변하는 때인 우수(雨水)는 입춘으로부터 보름가량 지나야 오기 때문이다. 2월19일께인 우수 이전에는 오히려 눈이 오는 게 '정상'이다.

일 기상청에 따르면 실제로 1907년 서울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한 5일 가운데 3일은 입춘 이후 시점이었다.

22.8㎝로 역대 네 번째로 많은 눈이 내린 1956년 2월28일은 심지어 우수까지 지나고 벌레들이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을 일주일가량 앞둔 때였다.

입춘 당일 많은 눈이 내린 적도 가끔 있었다. 1972년 입춘에는 속초에 28.5㎝, 1976년 입춘 당시에는 대관령에 무려 61.1㎝의 폭설이 쏟아진 기록이 있다.

눈은 구름이 머금은 수증기가 찬 공기를 만나 응결돼 떨어지는데 지면 부근 기온이 영하일 때 내린다. 이런 원리를 따져봐도 입춘에는 비 대신 눈이 오는 경우가 많다.

입춘 당일 평년(1981∼2010년) 평균기온은 서울 영하 1.5도, 청주 영하 1.9도, 강릉 1.0도로 동해안을 제외한 중부지방은 대부분 기온이 영하권에 머문다. 3일도 서울의 수은주는 영하 1.1도로 측정됐다.

그러나 전날부터 내린 눈이 예년 눈이 오던 입춘 때의 적설량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것은 사실이다.

서울에는 3일 오후부터 이날 0시까지 9㎝, 입춘 당일인 이날 오전 8시까지 7.7㎝의 눈이 새로 쌓였다. 이날 하루만 따져도 관측 이래 입춘에 내린 눈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이다.

그러면 절기상 시작이라던 봄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걸까.

기상학적으로는 일 평균기온이 영상 5도 이상으로 오르는 때부터가 봄이다. 서울의 경우 평년 평균기온이 5도 이상이 되는 날은 3월12일이다. 36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

광주 3월7일, 강릉 3월9일, 청주 3월12일, 부산 2월12일 등으로 남해안을 제외하면 전국 대부분 지역이 한 달 넘게 남았다. 평균기온이 1월27일부터 5도를 넘는 제주도에만 이미 봄이 왔다고 볼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24절기가 중국 허베이 지방의 기후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우리나라 기후와는 차이가 난다"며 "어쨌든 입춘 즈음은 완연한 겨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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