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복 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며칠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했다. 우리나라 국회청문회(國會聽聞會) 방식을 보면 후보자가 대통령을 보좌해서 얼마나 훌륭하게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느냐 하는 수행능력을 검증(檢證)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기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개인의 치부를 들춰내는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새로운 사실이 보도되는가하면 자녀를 비롯하여 사둔에 팔촌까지 음성적으로 연루된 이면을 캐내느라 혈안이 돼있다. 물론 일국의 총리가 될 사람이 부정축재(不正蓄財)를 했다거나 자질(資質)이 부족해서는 결코 안 될 일이기 때문에 후보자 본인의 신상과 관련하여 내밀한 부분까지 국민 앞에 밝히고 적절한 검증을 받을 필요는 있다. 그러나 TV로 방영되는 검증 모습은 마치 범죄 피의자를 심문하는 것처럼 기본적 인권도 무시되기 일쑤고 당사자에게 충분한 소명(疏明)기회를 주는데도 인색하다. 그러므로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한다 해도 중간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으로 인하여 올바르게 맡은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쉽게 부각되는 언론의 특성상 저인망(底引網)식으로 만천하에 드러난 과거 행적에서 누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도 외국처럼 청문회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비공개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처럼 평생에 걸쳐 흠결(欠缺) 없고 능력까지 출중한 인재를 가려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방법이 어디 있을까 마는, 과거 청문회를 보면 그러한 인재를 검증해냈다기보다 여·야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골랐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시대마다 새롭게 요구되는 인재상이 있다. 현재 우리는 극한(極限)의 경쟁 속에 피아 구분이 어려운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으며 이시대의 가치는 한 가지만 잘해서는 부족하다. 다방면에 유능한 멀티 플레이어를 필요로 한다.

작금(昨今)의 우리 주변상황은 매우 불투명하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수호를 목적으로 예의 핵을 볼모로 한 벼랑 끝 전술을 시험하고 있으며,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만회하기 위하여 무차별적 통화발행을 시도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을 제물로 일본이 부활하려 한다는 해외 언론도 있다. 또 독도를 비롯하여 동남아에 번지고 있는 끝없는 영토분쟁, ..소 열강 간 새롭게 전개되는 헤게모니싸움 등 복잡다기하고 불안전한 상황에서 슬기롭게 이를 극복해갈 수 있도록 대통령을 보좌해야하는 막중한 임무가 신임총리에게 부여돼 있다. 경제적으로도 올해는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지만 역할에 있어서는 내각을 포함하여 국민들까지 돌봐야하기에 결코 대통령보다 덜하지 않다. 그래서 옛말에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과거처럼 얼굴마담으로 엎드려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도 책임총리제를 공약으로 제시한바 있다. 따라서 신임총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우리는 5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권력이 대통령 한사람에게 집중되다보니 업무의 효율성도 문제지만 역사적으로나 국민들로부터 아직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우리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당면과제중 하나다.

성공이 담보되는 미래는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흐름이다. 그만큼 다양성이 존중돼야 역동적 창의성(創意性)이 발현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다문화(多文化) 인구가 100만이 넘는 다민족 시대를 살고 있다. 새롭게 출발하는 신정부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인사정책을 기본으로 학연, 지연, 혈연, 으로부터 자유로운 책임총리를 인선할 때, 성공한 정권으로 가는 첫 단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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