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자 수필가

영하의 날씨에도 평창은 뜨거웠다. ‘함께하면 할 수 있다’(Together We Can!)는 대회 모토 아래 지적장애인들의 특별한 겨울축제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이 강원도 평창과 강릉에서 열렸다.

129일부터 25일까지 전 세계 106개국 3,014명의 선수단과 가족, 자원 봉사자등 11000여명 이 모여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스노보드, 스노슈잉,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트, 플로어하키 등 7개 종목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겨룬 것이다.

스페셜올림픽은 말 그대로 특별하다. 다른 올림픽과 달리 참가자 모두에게 메달과 리본을 수여함으로써 경쟁보다는 함께하며 최선을 다한다는 올림픽정신을 살려 실천한다. ··동메달을 13위에게 수여하고 48위에게는 특별한 리본을 달아주었다. 1등도 좋지만 최선을 다하는 꼴찌가 더 큰 박수를 받은 대회다. 마지막 선수가 들어올 때까지 관중은 기다리며 박수로 격려해 주는 아름다운 감동의 모습은 다른데서는 참으로 보기 드문 장면들이었다.

승패보다는 최선을 다하여 끝가지 완주하는 것이 중요한 대회이니 1등이나 꼴찌나 모두 승리자로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시간이었다. 승부는 중요하지 않았고, 그래서 어디서나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스페셜올림픽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대회다. 결승점을 통과한 선수를 담요로 포근히 감싸주는 자원봉사자의 손길,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를 환한 웃음으로 격려하는 코치의 넉넉한 마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통합스포츠체험, 경기를 마친 선수와 하이파이브 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관중들이 우리는 하나라는, 일체의 정신으로 함께하면 할 수 있다는 감동을 준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사연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개막식에서 애국가를 힘차게 부른 박세모군의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후두부 두개골이 없어 생존 가능성마저 희박하다며 의사도 포기를 권했던 그였다. 티 없이 맑아 보이는 그가 이번 대회로 얼마나 큰 용기를 얻게 되었으며 희망을 안게 되었을까는 말이 필요 없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에서 온 유일한 선수 로사 네게는 17살인데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다. 겨울을 처음 경험하고 눈을 처음 보니 바닥이 푹푹 꺼진다. 땅이 무너질까 무섭다.”고 하면서도 어머니 손을 꼭 잡고 관중들의 박수소리에 용기를 얻어 스노슈를 신고 달렸다. 선수 8명 중 가장 늦게 결승점을 통과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쇼트트랙 500m 에 참가한 임화정(30·)씨는 노숙자 였다. 구타를 일삼던 아버지, 가출한 어머니, 하나 뿐인 동생과 생이별하고 노숙까지 했던 그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그는 좋은 성적을 거둬 가족을 찾겠다고 말했지만 이날 넘어지는 바람에 실격을 당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빙판 위를 달린 그에게 관중의 박수가 쏟아졌다.

뇌수막염으로 몸도 못 가누던 이지혜(17)선수는 뇌가 3분의 1정도만 남았다. 부모님의 헌신적 뒷바라지와 꾸준한 재활 치료로 스케이트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쇼트트랙의 유력한 메달 후보가 될 때까지 그의 피나는 노력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런 지적 장애인들의 기적 같은 모습을 보면 정상인들이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염치없고 부끄러운 일인가.

스페셜 올림픽에서는 모두가 스타다. 주춤대고 넘어져도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관중들도 더 빨리대신 천천히그리고 끝까지를 외치며 함께 달렸다. 가장 큰 박수를 받은주인공도 1등이 아니라 몇 번이나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끝까지 달린 꼴찌였다. 지적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사는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기획한 스페셜올림픽의 진정한 목적을 살리려면 온 국민들의 더 뜨거운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처럼 1등을 좋아하는 국민도 없지 싶다. 너도나도 1등을 향하여 달린다. 어떤 이는 이름이 아예 일등(一等)이다. 부모가 얼마나 일등을 갈망했으면 이름까지 그렇게 지었겠는가. 본인의 부담감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 진정으로 이기는 사람이라고 했다. 우리사회도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최선을 다했다면 패자가 없는 그런 사회 풍토가 아쉽다.

인생 역시 빨리 달린 사람이 승자는 아니다. 비록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 한다 해도 꾸준히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이 승리자다. 비록 꼴찌라도 용감한 도전정신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을만하다. 그렇기에 꿈꾸는 꼴찌는 1등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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