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기 원 신성대 교수

박근혜정부 출범이 불과 20여일 남짓 남았는데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의 인선에 대한 윤곽이 오리무중이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을 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 등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그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하며,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임명동의안 등이 회부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되, 인사청문회의 기간은 3일 이내로 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헌법에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고려할 때 늦어도 지난 4일까지 최소한 국무총리에 대한 인선이 발표됐어야 25일 정부출범과 함께 내각이 구성되어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시작되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현재로선 진용을 갖춘 정부출범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박당선자의 인사관과 관련하여 신중에 신중, 그래서 느림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는 김용준내정자의 자진사퇴로 더 느려지는 것 같다. 박 당선자는 소신과 원칙을 강조하여 법조인 출신인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자신있게 내정하였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사퇴하고 말았다. 이어 대통령 당선인 주변에서 신상털기라고 하며 공직후보자에 대한 언론과 야당의 검증을 비판하고 인사청문회제도의 모순을 제기하였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2003년 인사청문회 대상을 확대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적극 추진한 장본인이 바로 박근혜당선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기본적으로 공직후보자의 직업·학력·경력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병역사항, 재산신고사항, 최근 5년간의 소득세·재산세·종합토지세의 납부 및 체납 실적에 관한 사항 및 범죄경력에 관한 사항을 질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 낙마이후 당선자주변에서는 최근 공직후보자로 제의를 받은 사람들이 인사청문회 때문에 제의를 거절해 후보자를 구하는데 애를 먹는다고 하였는데 이는 인재를 자기들의 프레임 속에서만 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잘 운영해오던 인사청문회를 없애야 한단 말인가. 만약 법 자체에 문제점이 있다면 그것은 이후 국회에서 논의하여 개정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계속 부정적인 언급을 할 경우 차기 정권담당세력은 인사검증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박당선자를 지지한 유권자들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

차기 각료의 조건과 관련하여 필자는 정책적 비전, 조직관리능력, 인격(품성)3가지 측면을 갖추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정책적 비전은 당연히 현 당선자와 코드가 맞아야 할 것이다. 한 나라의 총리 혹은 한부서의 장관이 어떠한 정책적 비전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해 나갈 것인지 이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후보자들은 본인의 평소 주장이나 품고있는 생각 등을 국민에게 공표하여야 한다.

둘째 총리나 장관은 국정을 조정하거나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따라서 조직관리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후보자가 어느 조직에서 또는 어떤 직책을 맡아서 어떻게 임무를 수행해 왔는지 또 조직관리와 관련하여 구성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국민들에게 고지되어야 한다.

셋째 국무위원은 국민들의 표상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모든 면에서 국민들의 모범이 되고 존경을 받으면 좋겠지만 기대는 금물이다. 그러나 최소한 국민의 4대 의무를 잘 지켰는지 또 살면서 행태는 어떠하였는지 주위 이웃들은 배려하면서 생활했는지 등은 공개되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요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우리 사회 지도층으로 손색이 없다고 본다.

국민들도 국무총리나 장관이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고 전지전능한 존재일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일반인 보다 조금 더 능력있고 우리보다 조금 더 윤리적일 뿐이다. 이것이 현실이고 한국사회 지도자들의 현주소이다. 따라서 이러한 생각으로 새 정부의 각료들을 기대해야 당선자측에서도 어느 정도 부담을 덜고 인선을 하지 그렇지 않으면 새 정부의 온전한 출범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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