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민정수석실 개입 확인…불법사찰 3건 지시 - 국회의장·국무총리실에도 관련 조치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7일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 대통령에게 불법사찰이 근절되도록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가 대통령에게 권고한 것은 2001년 11월 설립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불법 사찰이 정부의 공식조직에서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일어났다는 점, 이번 정권뿐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도 그런 사실들이 일부 밝혀진 것도 있기 때문에 정부의 수장이 대통령이 미래에 이러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확실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통령에게 권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대통령이 불법사찰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불법 사찰에 의한 정보가 대통령실에 보고됐다는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대통령실이 관여했다면 얼마나 했는지 알 수 없어 이 부분을 결정문에 어떻게 녹여낼지 주심위원이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도 국가기관의 감찰 및 정보수집 행위가 적법절차를 벗어나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입법적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국무총리실에는 공직 기강 확립이라는 목적의 정당성과 절차적 적법성을 벗어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를 공개할 것과 사찰 피해자들이 명예회복 등 권리구제를 원할 경우 이를 지원하는 등의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불법사찰에 개입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정수석관실의 지시로 10건을 사찰했고, 이 중에는 민간인 2건, 지자체 1건 등 3건의 불법사찰이 포함됐다. 지난해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는 민정수석실의 개입을 밝혀내지 못했다.

민정수석실은 모두 105건의 사찰 결과를 보고받아 업무에 활용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또 수집된 정보가 직무와 관련이 없는 일명 '영포라인' 관련자에게 유출돼 권력의 남용으로 귀결됐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검찰 수사 자료를 토대로 피해자 진술을 통해 민정수석실의 개입을 확인했다"며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의한 179명의 민간인 등에 대한 불법사찰 행위는 민정수석실의 묵인 하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3월 사찰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문제가 불거지자 4월 직권 조사를 결정, 민간인 피해자 50여명을 대면 및 전화조사하고 사찰 관련자 22명, 비선 지휘자 2명, 청와대 비서실장 등 12명을 조사하는 한편 공직윤리지원관실 현장조사, 검찰 수사자료 및 법원기록 분석 등을 통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인권위 관계자는 "조사 대상 기관에서 컴퓨터 자료 등 조사에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냈다"며 "인권위 조사는 검경의 수사와 달리 자발적인 협조로 이뤄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권고하면 권고를 받은 기관이나 개인은 90일 이내에 권고 수용 여부에 대해 답해야 한다. 그러나 권고를 수용하지 않더라도 권고불수용 사실을 공표할 수 있을 뿐 강제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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