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지난 1∼2일 워크숍에서 대선 패배에 대한 자성과 함께 쇄신을 한목소리로 외친지 며칠이 채 되지 않아 다시 집안싸움에만 골몰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의 7일 의원총회에서는 전당대회 룰과 정부조직 개편 등 쟁점 사안을 놓고 계파간, 소속 상임위간 입장이 사분오열되며 극심한 내홍 양상이 빚어졌다. 의총은 오전 11시부터 약 2시간30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먼저 3월말∼4월초 임시 전대를 열어 새 지도부를 뽑기로 하기로 한 전대준비위의 전날 발표를 놓고 범주류 그룹을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강기정 의원은 "대선 평가도 안나왔는데 바로 전대를 하는게 맞는가. 차라리 지도부를 중앙위에서 뽑는 게 낫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염치가 있어야 한다. 전대 때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룰을 바꾸는 것은 근절돼야 한다"며 "원칙도, 기준도 없는 것 같다. 나눠먹기도 아니고, 부끄럽다. 5년 후에도 희망이 없다. 조정하다 보니 타협한 것 같은데 쇄신과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쓴소리를 했다고 한다.

김상희 의원도 "임시 전대 룰이 너무 일관성이 없고 편의적"이라고 가세했다.

김성주 의원은 "자칫 민주당이 반성과 혁신 없이 자리에만 열을 올린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정치혁신위 소속 최민희 의원은 "정치혁신위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대 준비위가 룰을 먼저 발표해 버리면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 역할 분담을 둘러싼 정치혁신위와 전대 준비위간 갈등을 표출했다.

산업 관련 부처가 통상 업무를 담당하도록 한 인수위의 조직개편안을 놓고도 외교통상위와 지식경제위 소속 의원들간의 알력이 표출됐다.

외통위 소속 심재권 의원이 "건국 이래 통상은 외교부 영역"이라며 당론임을 들어 외통부의 통상업무 분리에 반대하고 정청래 의원도 가세하자 강창일 지경위원장은 "당론이 아니다. 지경위원들은 반당 분자인가"라고 반발했고, 오영식 홍의락 의원 등 지경위원들도 동조했다.

지경부 전신인 산자부 장관 출신인 정세균 고문도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통상 업무를 하면 1억달러 짜리인지 100억달러 짜리인지 모른다"고 거들었다.

이에 박기춘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이 제출된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당론 채택은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의원은 비주류의 황주홍 의원이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선후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제일 존경하는 역대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며 문 전 후보가 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면서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한 점을 문제 삼았다.

정 의원은 "나는 친노도 아니고 선대위의 미관말직도 못 맡았다"며 "황 의원 먼저 모범적으로 의원직을 사퇴하라"며 당 지도부에 황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친노계의 최민희 의원도 "문 후보를 시험에 빠트려선 안 된다"고 가세했다.

이에 황 의원은 "의원들의 정서와 시중 정서 사이에 적지 않은 괴리가 있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에서 비주류의 김영환 황주홍 의원들은 대북 정책과 관련, 북한인권, 3대 세습, 북핵 문제 등에 대한 보다 단호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우클릭'을 주장했으나 최민희 의원은 신중론을 견지했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종편 출연금지 당론 해지 문제와 관련, "아직 당론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종편에 출연해 혼자 재미보는 개인주의를 짚겠다"며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당을 함께 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경고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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