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전만 해도 입춘과 구정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엿보기 위해 철학관과 점집을 찾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계속되는 경기 불황과 인터넷을 통해 사주를 확인하는 게 가능해 진 탓에 발품을 팔아 직접 점을 보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청주대 정문에서 시작, 금석교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대성로.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엔 철학관과 점집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1990년 초반 호황을 누렸던 점집과 철학관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시들해 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일부 업소만 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수년째 이어진 경기 불황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마저 붙잡았다.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수십년 전만해도 수많은 철학관들이 자리 잡고 있었던 곳이다. 하지만 이젠 철학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철학관도 함께 줄어들었다.
40년 전 29살의 나이에 이곳에 철학관을 개업한 황은영(70). 수십년의 세월과 함께 그도 늙었지만 화려했던 그날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15년 전만해도 절기상 시작을 알리는 입춘과 설 명절엔 수십여명의 사람들이 철학관으로 모여들었다. 자신의 미래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여러 곳의 철학관을 돌며 미래를 점치는 사람들도 있었고, 용하다는 철학관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40년 전 전국을 떠돌다가 청주에 자리를 잡았다는 황씨는 당시 철학관이라는 간판만 붙이면 사람들이 몰려들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15년전 까지만 해도 이곳의 철학관들은 1월이 대목이었어. 최근엔 다들 자취를 감췄고 사람도 찾질 않아. 다들 인터넷에서 운세를 점치지 대부분 모두 엉터리야, 나는 50여년을 공부했지만 아직도 부족해.”
청주시 상당구 서운동 점집골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화려한 빌딩 숲 뒤 수많은 점집들이 모여 옛날 영화에서나 불법한 장면을 연출했다.
천지암, 연꽃선녀, 일월선녀 등 수 많은 점집들이 간판을 내걸고 있었지만 오가는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마저도 주인이 없는 점집들이 대부분이었다. 점집들의 출입문에는 점포임대라는 알림판이 붙어있어 화려했던 지난날을 무색케 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이곳 역시 문전성시를 이뤘다. 점포임대료가 저렴했기 때문에 무속인들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또 육거리시장 등 시내 주변에 위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점을 봤다. 하지만 이젠 모두 옛날얘기다. 간혹 무속인들이 이곳에 점포를 빌려 개업하지만 1~2달 이내에 모두 떠난다. 극심한 경영난에 야반도주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점집골목에서 17년째 공인중개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모씨는 수년 전만 해도 수 많은 무속인들이 이곳을 찾았지만 이젠 거의 볼 수 없게 됐다심지어 극심한 경영난에 전기세를 내지 못하고 황급히 떠나는 점쟁이들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철학관과 점집들이지만 황씨는 앞으로도 이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역사와 추억, 전통이자 자신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철학은 몇십년 동안 끝없이 연구해야 하는 만큼 철학가는 나이가 들어야 제 진가를 발휘 한다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만큼 계속 이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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