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오는 4월부터 현금서비스 할부 결제를 중단한다.

금융 당국이 가계 부채 급증을 우려해 카드를 이용한 모든 형태의 '돌려막기'를 강력히 규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는 오는 4월 1일부터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현금서비스 할부 결제를 제공하지 않을 예정이다.

현금서비스 할부 결제란 카드로 자동인출기 등을 통해 현금을 빌리고서 2~3개월 나눠 갚는 방식으로 할부 수수료가 붙지 않아 긴급히 돈이 필요하지만 바로 갚기 어려운 서민층에 호응이 높았다.

국내 카드사 가운데 신한카드와 하나SK카드를 제외한 모든 전업 카드사가 현금서비스 할부 결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삼성카드는 '서비스는 한 번에 상환은 나눠서'라는 구호를 내걸고 지난해 2~6개월 원금균등분할상환 방식의 현금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대카드는 분할 상환 현금서비스라는 이름으로 2개월과 3개월로 수수료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왔다.

국민카드와 삼성카드 관계자는 "현금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4월부터 현금서비스 할부 결제의 신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부득이한 중단으로 고객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현금서비스 할부 결제가 가계 부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조만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들이 일제히 중단 조처를 하기로 하자 현대카드도 현금서비스 할부 결제 중단을 적극 검토 중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우리도 현금서비스 할부 결제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현금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일제히 할부 결제를 도입했던 카드사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금융 당국의 강한 입김 때문이다.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 현금서비스에 무료로 할부 혜택까지 주면 가계 빚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카드사의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현금서비스 할부 결제 중단에 나선 카드사들의 속내는 편치 않다.

보이스피싱 등에 따른 각종 규제로 현금서비스 부문이 치명타를 입은 가운데 수수료를 물리지 않는 현금 균등 상환 방식마저 차단돼 신용 대출이 더욱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금서비스 할부 결제라는 것은 고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인데 금융 당국에서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신용 등급에 맞춰 카드사들이 자율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앞서 내달부터는 신규 현금서비스에 대한 리볼빙 결제도 제한될 예정이다.

리볼빙은 잔고가 일시적으로 부족할 때 결제를 미루는 것으로 단기 긴급자금을 끌어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신한카드 등 카드사들은 현금성 리볼빙에 대해 20%대의 고금리를 물어 '약탈적 대출'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 당국은 대출받은 현금 서비스의 상환 시점을 리볼빙으로 연장하는 게 상품의 특성과도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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