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재 기 천안지역 담당 부장

충남교육의 일번지로 불리는 천안이 ‘충남지역 학교폭력 1위’라는 오명을 썼다.

지난해 충남 시군별 학교폭력 현황을 분석한 결과 천안이 충남에서 학교폭력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지역의 학교폭력 가담 학생 수는 모두 282명으로 아산 106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보령 61명, 서산 58명, 논산 51명 등과 비교할 때 천안지역의 학교폭력은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당국은 천안지역이 다른 시군보다 학교와 학생 수가 월등히 많아 단순 수치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폭력가담 숫자도 숫자지만 천안지역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단순폭력에서 벗어나 조직화, 흉포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해내용을 살펴보면 집단 폭행이 1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심부름 89명, 금품 갈취 28명, 따돌림 20명, 강요 7명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성폭행 가담 학생 수는 6명으로 천안 청소년들의 일탈행위가 도를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따돌림 역시 20명으로 충남 평균 4.5명을 훨씬 상회해 일선 교육 현장에 따돌림 문제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복수 담임제도, 문화·체육활동 강화,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등 정부나 교육당국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실효성 크지 않다. 학교폭력 근절정책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교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원로 교육자들은 “요즘 학교에는 선생님은 부족하고, 선생만 많다”고 한다. 제자사랑을 교사의 본분으로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선생님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선생님’은 제자를 사랑으로 가르치고, 바른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한다. 반면, ‘선생’은 교사를 하나의 직업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담임교사를 2명을 두면 무엇 하랴.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 까? 학교폭력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해결점이 찾아진다.

핀란드에는 ‘학교 왕따’ 해결을 위한 ‘키바’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따돌림이 있을 땐 누구나 ‘멈춰’라고 외친다. 그리고 한곳에 앉아서 가해자에겐 왜 따돌렸는지, 피해자에겐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묻고 함께 분석하면서 성찰하는 토론하는 제도다. 쉽게 말하자면, 학생들에게 소통의 장을 마련해주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관심과 지도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그런 학생들에게 따듯한 관심을 보여주고 격려를 해준다면 그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문제 발생 시 조용히 마무리지려는 우리의 일선학교 방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올해에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선생님과 문제를 숨기지 않고 적극 해결에 나서는 교장선생님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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