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를린’‘007’ TV ‘아이리스2’‘… 나비부인’ 등

캐릭터도 간첩겾뻠舅?등 골고루…‘악의 축’ 단골

할리우드는 ‘주적’ 유럽·일본은 또 다른 시선으로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는 물론이고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 동토의 왕국은 동북아에서 작은 땅덩어리를 차지하지만 그 일거수일투족이 세계 평화와 안보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늘 주시의 대상이다.

그리고 이렇듯 ‘도발하는 북한’은 곧 영화와 드라마의 주요 소재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소련으로 대표되는 공산권이 ‘주적’ 혹은 ‘안티 히어로’의 대명사였지만 냉전의 종식과 함께 선악, 혹은 내편과 네편의 구분이 필요한 대중문화에서는 악의 축으로 북한이 부상했다.

올해만도 국내에서는 남북한 요원들의 대결을 그린 영화 ‘베를린’이 12일 관객 500만 명을 넘어섰고, 13일에는 북한요원이 주요 배역으로 등장하는 첩보드라마 ‘아이리스2’가 KBS 2TV를 통해 방송을 시작한다.

또 김수현 주연 ‘은밀하게 위대하게’, 공유 주연 ‘동창생’, 빅뱅 탑 주연 ‘용의자’, 김기덕 감독이 제작하는 ‘붉은 가족’ 등 현재 제작 중인 영화가 모두 북한 특수 요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북한을 악당으로 내세운 작품이 제작된 지 오래. 이번 북핵 실험 역시 곧 할리우드 영화의 한 소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도 재일교포 2세 양영희 감독의 ‘가족의 나라’가 지난달 일본의 영화전문지 기네마준보(旬報)가 선정한 제86회 기네마준보 베스트10에서 일본영화 베스트 1위를 차지하는 등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가 꾸준히 제작되고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영화나 드라마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북한을 변화된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탈북자들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대중문화계에서는 조금씩 공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인 북한은 우리의 영원한 테마이자 미지의 영역이라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1999년 ‘쉬리’, 2002년 ‘이중간첩’이 나왔을 때만 해도 북한을 다루는 영화는 ‘이례적’인 것이었다. 쉽지 않은 소재이고 민감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2010년 송강호, 강동원 주연의 ‘의형제’가 던져준 신선한 충격을 기점으로 북한사람, 간첩 등에 접근하는 시선과 이야기에도 많은 변화가 가해지고 있다.

현재 인기리에 상영 중인 ‘베를린’에서도 북한요원 하정우는 관객들에게 안티 히어로가 아니다. 관객들은 하정우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북한, 북한 노동당은 여전히 우리에게도 ‘주적’일 수 있지만 ‘북한 사람’을 묘사하는 시선이 달라진 것이다. 현재 제작 중인 일련의 북한 소재 영화들도 과거 북한을 묘사하던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는 같은 선상에 있다.

드라마는 탈북자를 적극적으로 끌어안는다. KBS 1TV 일일극 ‘힘내요 미스터김’, SBS TV 주말극 ‘내사랑 나비부인’에는 탈북자들이 주요 배역으로 등장한다.

2009년 대작 액션 드라마 ‘아이리스’에서도 북한요원은 인간적으로 묘사됐다. 사상과 신념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벽창우가 아니라 ‘대화’가 되는 상대였다.

그 2탄인 ‘아이리스2’에서는 이범수가 북한요원으로 등장한다. 역시 ‘절대 악’은 아니다.

채널A에서는 젊은 탈북여성들이 출연해 한국과 다른 북한의 생활상과 한국 사회에서 겪은 일화를 털어놓는 토크쇼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1년 넘게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할리우드, ‘주적’ 북한 피상적으로 묘사

구소련의 붕괴로 가장 타격을 입은 영화가 있다면 아마도 007 시리즈일 것이다.

냉전시대 구소련 등을 상대로 전쟁을 펼쳤던 첩보원 007이 하루아침에 ‘공공의 적’을 잃은 셈이기 때문이다.

007이 이후 선택한 악당은 중동 혹은 아프리카의 반군세력이거나 북한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2년 007 시리즈의 제20탄 ‘다이 어나더데이’가 택한 주적은 북한이었다.

북한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 분)는 누군가의 배신으로 북한군에 포로로 잡힌다. 극중 북한군 강경파 특수요원 자오 역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 릭윤이 연기했다.

그러나 ‘다이 어나더데이’가 묘사한 북한은 어설펐고, 북한을 제대로 그렸다기보다는 어느 나라에나 갖다 붙일 수 있는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것이 맞다.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차인표가 북한군 강경파 장교 문대령 역의 캐스팅 제안을 거절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시선은 10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그 사이 크고 작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북한 악당이 등장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개봉한 ‘붉은 새벽(Red Dawn)’이라는 영화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침략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1984년 존 밀리어스 감독의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원작에서 쿠바와 옛 소련의 연합군이 미국 콜로라도주를 침략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북한이 북서부 워싱턴주의 작은 도시를 공격하는 것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2005년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텔스’에도 북한으로 보이는 장소가 등장한다. 또 스텔스기는 한반도 비무장지대로 추측되는 지역을 공격해 이곳에 불시착한 미군을 구해내기도 한다.

실제로 영화에는 북한을 지칭하는 말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관객이 보면 북한을 염두에 둔 설정임을 알 수 있고 동시에 그러한 북한 묘사 장면에 대한 할리우드의 무지를 느끼게 된다.

●일본, 유럽은 또 다른 시선

일본에서는 납북 일본인과 재일동포 귀국사업으로 북한에 간 사람들의 사연을 그린 작품들이 이어진다.

일본인들은 주로 다큐멘터리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며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는 영국 등 서구인들이 제작한 북한 관련 다큐와도 차별화된다. 영국 대니얼 고든 감독이 1966년 런던 월드컵에서 북한 축구단의 활약과 후일담을 그린 ‘천리마 축구단’이나, 북한 전승기념일에 매스게임에 참여하게 된 두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어떤 나라’ 등 유럽인이 제작한 작품은 대개 북한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접근한다.

반면, 일본인들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는 북한을 ‘하드보일드’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들에게 북한은 자국 국민을 납치해가는 ‘악당’인 것이다.

또 재일교포들이 제작한 작품에서는 가족을 잃은 애끊는 슬픔이 담겼다.

대표적으로 양영희 감독은 ‘디어 평양’(2006) ‘굿바이 평양’(2011) ‘가족의 나라’(2012) 등 북한 관련 자전적 영화 3부작을 통해 재일동포 귀국 사업으로 북한에 건너가면서 인생이 달라진 자신의 형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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