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관 제천소방서장

혁신(革新)의 의미는 변화를 통한 발전을 위하여 희생을 감수하여야 하는 과제로 이해된다. 많은 강사들의 주장은 혁신을 풀이하면 ‘가죽을 벗기는 아픔을 감내해야하는 변화’나 ‘가죽을 벗기는 것과 같은 고통이 따르는 변화’로 설명한다. 그러나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다. 즉 목표는 있으나 과정·절차에 대한 그림이 쉽게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영어로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으로 쓰고 있으나, 이 또한 막연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혁신(革新)의 한자적 의미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혁신이 근래에 사용되는 점을 고려할 때, 모태라 할 수 있는 혁(革)에서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혁(革)은 크게 2가지 의미로 쓰인다.

혁(革)을 ‘바꾼다’라는 의미로 보았을 때 혁신(革新)은 ‘새롭게 바꾼다’로 돼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있지만, 주체가 ‘하늘의 뜻’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문제와 직면해있는 오늘의 우리에게 방향을 설정하는 지표로 쓰기는 어렵다. ‘왜? 무엇을? 어떻게?’라는 부분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즉 혁신해야 하는 이유와 범위 그리고 방향을 제시하기 어렵다.

개혁(改革)은 종이가 발명되기 전 글씨를 쓰거나 새기는 재료로 나무 또는 대나무를 가공하여 사용했다. 이를 목간 또는 죽간이라 했으며 책을 만들 경우 여러 개를 순서대로 엮어 만든다. 당시 가장 질기고 유용한 끈의 재료가 바로 가죽이다. 가죽끈에 의해 정렬되고 체계화되어 틀을 유지 할 수 있었다.

질긴 가죽끈도 장기간 책을 지탱하다 보면 늘어나게 되고 결과적으로 책이 헐거워져 애초의 체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이때 끈을 풀어 다시 단단히 묶는 것이 개혁(改革)이다. 행정체계로 보면 조직이 느슨해져 비효율적으로 운용될 때 이를 개선하여 좀 더 명료하고 행정효과를 높이기 위한 기본근간을 유지하여 체계를 새롭게 정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간이 가면서 가죽의 특성상 더 늘어나고 동시에 약화되며 여러 차례 개혁을 하게 되면 가죽 끈이 끊어지는 경우와 오랜 세월에 낡아서 죽간 자체도 쪼개져 이탈현상이 생기고, 글씨가 알아 볼 수 없거나, 일부 탈자가 생겨 의미가 불분명하여 해석의 일관성을 갖지 못하여 책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려 이탈한 죽간을 새로이 만들어 편철하고 흐릿해진 글자는 명확히 써넣고 탈자도 새로 기입한다.

이때 내용이 현실과 상충하는 죽간은 제거하거나 필요한 내용을 새롭게 첨부하고, 최종적으로 새로운 가죽 끈으로 편철하여 체계를 잡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새로운 결과물이 혁신(革新)의 완성이라고 한다면, 이를 행정체계에 적용하면, 여러 번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환경이 변하면서 기존 조직체계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기존부서가 현실에 맞지 않는 불필요한 조직이 되어버리거나 새로운 업무부서 설치가 불가피하여 조직의 재구성이 요구되며, 법령과 제도가 사회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여 유명무실해 지거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조직체계와 법령, 제도 등의 틀을 재구성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작업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국가적으로는 2월 새 정부가 들어선다. 새로운 틀을 준비하고 공공의 복리증진에 최적의 선(善)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작게는 소방조직의 일대 개편이 이루어진다. 기존 화재진압에서 각종 재난대응과 구조?구급업무 중심으로 축을 이동시켜 도민의 안전 확보에 전력을 집중한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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