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간부 등 12명 수사요청 대상…용인경전철은 주민감사 청구

대한변호사협회는 서울시의 '세빛둥둥섬' 조성 사업을 전형적인 세금ㆍ재정 낭비 사례로 보고 오세훈(52) 전 서울시장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변협 산하 '지자체 세금낭비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영수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사법연수원 10기)는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변협회관에서 제1차 활동결과 발표회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변협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특위는 "세빛둥둥섬 조성은 협약 체결 과정에서 시의회의 동의 절차 미이행, 추진 근거법령 미비, 민간 수익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SH공사의 사업 참여 결정, 총사업비 변경 승인 과정의 부적정, 기타 독소조항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특위는 이어 "이 같은 문제점을 발견했으나 관련 당사자의 조사 비협조 및 강제적 조사권이 없는 위원회 조사방법의 한계로 인해 당사자들의 행위 분담이나 책임 범위를 확정할 수 없어 당국의 수사를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수사요청 대상자는 세빛둥둥섬 조성 사업을 추진한 오 전 시장을 비롯해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행정부시장, 한강사업본부장, 한강사업기획단장, 사업총괄부장 및 SH공사 사장과 이사 등 총 12명이다.

박영수 위원장은 "세빛둥둥섬이 과연 민자사업 대상인지, 그렇다 해도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오 전 시장은 민간과 협약을 맺어 사업을 진행했을 뿐 민자사업이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실제 민자사업으로 진행되면서 법적으로 요구되는 절차는 지키지 않아 배임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위는 또 용인시의 경전철 사업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 결과 예산 낭비가 있다고 보고 시민들과 함께 주민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특위는 "세빛둥둥섬은 총사업비 1390억원을 투자하고도 개장조차 하지 못했으며, 용인경전철은 2001년부터 10여년간 7278억원을 들였지만 개통도 하지 못한 채 결국 사업 시행자 측에 7787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부담하는 손실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특위는 약 2000페이지에 이르는 관련 기록을 검토한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세빛둥둥섬 사건을 파헤친 조사1팀은 건설소송 전문가인 정홍식 변호사(〃 16기), 용인경전철 사건을 맡은 조사2팀은 특별수사 베테랑인 검찰 출신의 양재식 변호사(〃 21기)가 각각 이끌었다.

아울러 특위는 국가나 지자체의 위법한 재정 행위에 대한 감시·방지 장치를 찾기 위해 정책대안 연구활동과 세미나를 거쳐 '재정 건전성을 위한 국민소송법'을 이날 오후 국회에 입법청원했다.

국민소송법은 국민이 직접 국가기관의 세금낭비를 감시하고 손실 보전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일정 요건을 갖춘 주민만 주민감사청구를 할 수 있고 피고가 지자체장으로 제한돼 있으며 청구 대상 역시 좁은 범위로 설정돼 있다고 특위는 지적했다.

특위는 태백 오투리조트, 평창 알펜시아 등 다른 지자체나 공사의 세금낭비 의심 사례를 중심으로 2차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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