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산야초 마을

 

청풍호반 금수산 약초로 두부·떡 만들고

장작패서 아궁이 불지펴 고구마 굽고 휴식

산수 좋은 곳서 한방차 마시며 ‘힐링휴가’

 

2월은 조금은 어정쩡한 시기다. 겨울의 끝자락이면서 봄이 곧 다가오는 때이며, 학생들의 입장에선 새 학년, 새 학기를 준비하는 때다. 특별히 준비하진 않지만, 막상 어딘가 떠나려면 부담스러운 날들이 지나간다.

최근 가장 핫한 키워드를 꼽는다면 단연 ‘힐링’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힐링 하우스, 힐링 강연, 힐링 다이어트…. 모든 단어에 붙여도 되는 만능키다. 여행도 ‘힐링’이 대세다.

추운겨울과 명절을 전후한 시기, 몸과 마음은 서서히 지쳐간다. 머쓱한 시간을 원망 말고 싱싱한 영혼을 치유해주는 ‘힐링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주위를 둘러보면 가족과 함께 떠날 수 있는 여행지가 의외로 많다. 가족과 함께하기에 더욱 좋은 주말, 제천 산야초 마을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보자.

●‘힐링’위한 최적의 여행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은주가 영하를 향해 치달아도 ‘어느 산천을 찾아가 휴식을 취할까’ 생각한다. 회색 건물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휴식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건강하고 여유로운 겨울을 즐기기 위해 찾은 여행지는 제천의 산야초마을이다.

산야초마을은 청풍호 가까이에 자리한 농촌체험마을로, 해마다 1만여 명이 다녀간다. 인기 비결은 산에서 나는 약초다.

청풍호반 금수산 자락에 자리 잡아 각종 약초를 이용해 두부와 떡 등을 만들고, 몸에 좋은 비누와 연고, 한방차, 베개, 화장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아궁이 불 때기, 장작 패기, 고구마와 감자 캐기 등 농촌 체험도 가능하다.

산수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몸에 좋은 약초로 생활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으니 최고의 힐링 여행지다.

 

●몸에 이로운 체험 ‘한가득’

여름에는 산에 올라 약초를 캐고 농사 체험도 하지만, 겨울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그렇다고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단체로 방문하는 초등학생은 두부, 인절미 등 음식 만들기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익숙한 일이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체험이다. 두부를 만들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펴, 장작을 들이밀 때마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가는 장작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궁이에서 퍼지는 열기에 한겨울 추위도 잊은 지 오래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어른들은 약초 주머니, 약초 베개, 약초 비누, 약초 화장품, 약초차 만들기 등 몸에 이로운 체험을 즐긴다. 약초 체험은 간단하다. 인절미 떡메 치기, 두부 만들기, 약초 떡 만들기 등은 재료의 양과 준비 과정 때문에 단체 예약을 해야 하지만, 약초 체험은 예약 없이도 언제나 가능하다.

한방차의 대표 격인 쌍화차 만들기는 당귀, 천궁, 숙지황, 황기, 대추, 작약, 감초, 계피, 생강 등을 저울에 계량하고 모시 보자기에 담으면 끝. 집에 가서 끓여 마시면 된다.

약초 주머니 만들기도 인기다. 약초의 쌉쌀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머리를 맑게 해 방향제로 사용하면 제격이다. 잘게 썬 고수, 황기, 정향, 당귀 등을 적당량 모시 주머니에 담고, 예쁜 복주머니에 옮기면 완성된다. 약초 체험을 하는 시간은 짧지만, 몸에 밴 약초의 향은 오래 남는다.

 

●희망 딛고 다시 일어선 마을

지금은 도시 사람들이 즐겨 찾는 농촌체험마을이 됐지만, 마을이 형성되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마을이 생겨난 것은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면서다. 호수가 생기면서 마을이 수몰되어 갈 곳 없는 주민들이 금수산 자락의 비탈에 모였다. 가진 것 없어 힘들게 비탈 밭을 일궜지만, 고구마와 옥수수 같은 일반 작물은 심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 작물이 여물기 무섭게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기 일쑤였다. 결국 약초와 고추처럼 야생동물이 먹지 않는 농작물만 기를 수 있었다.

마을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하천리가 농촌 전통 테마 마을로 선정되면서다. 김태권 사장이 마을에 ‘약초생활건강’이라는 회사를 차려 주민들이 생산한 약초의 수매와 가공을 책임졌고, 마을 방문객에게 약초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여 소득을 올린 것. 마을 이름도 약초를 테마로 한 ‘산야초마을’로 바꿨다. 현재는 일곱 가구가 산야초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산야초마을은 여느 농촌체험마을과 분위기가 다르다. 체험장과 민박이 모여 있고, 건물도 새로 지어 깨끗하지만 어쩐지 시골 느낌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마을은 친절이 넘친다. 목청 높여 자랑하지는 않지만, 충청도 사람들의 심성처럼 그윽한 맛과 멋이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약초의 알싸한 향이 친숙한 향기처럼 다가온다.

 

●고즈넉한 청풍호 겨울풍경 ‘만끽’

산야초마을에서 체험을 마쳤다면 가까운 여행지를 돌아볼 시간이다.

청풍호는 제천의 이름난 여행지를 모두 품고 있다. 겨울 호수는 여름에 비해 생동감이 떨어져도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고즈넉하면서도 평화로운 풍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청풍문화재단지는 청풍호와 제천지역 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의 문화재를 한곳에 모아 조성했는데,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고가, 관아 등 볼거리가 많다. 고가에는 집주인이 사용하던 생활유품 1600여점이 옛 모습 그대로 전시되었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가에 박정우염색갤러리가 있다. 염색 회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실크에 염료로 그림을 그리고 번짐을 막기 위해 파라핀을 녹여 덧씌운다. 도화지나 한지 대신 실크에 그림을 그려 색이 곱게 배어든 느낌이 몽환적이면서도 화려하다. 작가가 수작업으로 제작한 스카프, 커튼, 모자 등 생활 소품을 구입할 수 있고, 다른 작가의 미술 작품 전시회도 감상할 수 있다.

청풍랜드 조각공원도 겨울 호수의 정취를 느끼기 좋다. 청풍 지역이 물에 잠기면서 수몰민이 정든 고향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만남의 광장을 조성했다. 광장에는 62m 번지점프, 청풍호 위를 나는 빅스윙, 인공 암벽장, 조각공원 등이 있다. 조각공원에는 호젓한 오솔길 따라 수몰민의 삶과 청풍의 사계를 소재로 한 조각 작품 35점이 숲 속에 들어앉았다. 만남의 탑 앞에는 수몰 전 청풍면과 한수면의 마을을 그대로 재현한 동판이 있어 향수를 떠올릴 수 있다.

<이도근

■ 여행정보

 

●추천여행코스

▷당일여행=청풍랜드 조각공원→산야초마을→청풍문화재단지→박정우염색갤러리

▷1박 2일=<1일차> 산야초마을→능강솟대문화공간→청풍문화재단지→박정우염색갤러리 <2일차> 청풍호 자드락길(3코스나 6코스)→청풍랜드 조각공원→금월봉 관광지

 

●문의(지역번호 043)=제천시 문화관광(http://tour.okjc.net·☏641-6702, 641-6731), 산야초마을(http://sanyacho.go2vil.org·☏651-3336), 청풍문화재단지(☏641-6734), 박정우염색갤러리(http://cafe.daum.net/dyeart·☏644-4051), 약초생활건강(약초체험:www.yakcholife.com☏651-3336)

 

●가는 길=중앙고속도로→남제천 IC→82번 지방도(청풍 방면)→청풍리조트→능강솟대문화공간→하천리 산야초마을

 

●주변 볼거리=능강솟대문화공간, 옥순봉, 금월봉 관광지, 율지리 말목장, 청풍호 자드락길, 솔숲과 어우러진 낙동강변 마을, 안동 저우리전통테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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