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나는 악역이라 사랑 받았던거 같아요”

얄미운 캐릭지만 미워할수 없도록

시청자 공감대 이끌어 내는데 중점

원했던 결말로 종영돼 행복 두배로

나문희 고두심 같은 연기자 되고파

 

 

최근 종영한 SBS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에서 배우 소이현(29)은 비로소 제 옷을 입은 듯했다.

‘청담동 며느리’라는 화려한 가면 뒤에 열등감과 불안을 숨긴 서윤주란 인물은 소이현을 만나면서 생명력을 얻었다.

악역처럼 보이는 인물에게 공감이 갔던 이유도 그가 살아숨쉬는 인간으로 느껴지게끔 연기한 배우의 힘이었다.

지난 13일 을지로에서 만난 소이현은 “윤주가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윤주를 더 좋아해 준 것 같아 감사하다”라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역할의 여운이 남아있다는 그는 “흔한 악역이 아니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미운 사람은 아예 보기 싫지만 윤주는 얄밉지만 나중에라도 보고 싶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윤주는 나름 아픔도 많은 아이에요. 이야기를 걸러서 하는 것도 없고 쿨하죠.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걸 혼자 막으려고 애썼던 부분이 시청자에게 안쓰러워 보였던 것 같아요.”

그가 연기를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소이현은 “미운 짓을 해도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감정적인 부분을 연기할 때는 항상 조마조마했다. 내 대사를 할 때보다 상대방의 대사를 듣는 연기에 더 신경을 썼다”고 돌아봤다.

유독 부딪히는 장면이 많았던 세경 역의 문근영에 대해서는 “자세나 마인드가 너무 좋은 배우”라며 “호흡도 잘 맞아서 앞으로 운동도 같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소이현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스타일은 또 다른 관심의 대상이었다.

소이현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의상에 빨간 립스틱으로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을 자주 선보였다.

평소에도 민낯에 립스틱만 바르는 걸 좋아한다는 그는 “젊은 기업의 사모님이고 미술을 공부했던 인물이라 젊은 감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스타일과 외모에 대한 칭찬에 그는 “사람들이 나한테 기대하는 이미지에 잘 맞는 역할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화답했다.

사실 서윤주는 그가 그동안 피해왔던 종류의 역할이었다.

드라마 ‘보석비빔밥’이나 ‘때려’에서 보여준 역할 탓에 대중에게 소이현은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로 기억됐다.

“실제로 털털하거나 수수한 이미지의 역할도 많이 했어요. 화려하고 도도한 역할을 안 하려고 많이 노력했죠. 윤주를 만나기 전까지 그런 역할을 안 하고 싶었는데 윤주는 마냥 그럴 거 같지 않아서 좋았어요. 보통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다음의 여자 역할은 복수심에 차있거나 여자 주인공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은데 윤주는 남을 괴롭히기보다는 자기가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큰 아이였거든요.”

그래서 윤주가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동대문에서 디자이너로 다시 시작하는 결말이 ‘윤주다워서 좋았다’는 그다.

소이현은 “내가 원했던 결말이라 연기하면서도 신이 났다”라며 “어떻게 보면 안 좋은 결말인데 윤주답게 모든 것을 ‘쿨’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이현과 서윤주는 얼마나 닮았을까.

소이현은 “실제 성격은 구멍이 많은 스타일”이라며 웃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저를 윤주같이 보지만 일단 친해지면 얘기가 달라져요. 허점도 많고 실수도 많죠. 거절도 잘 못해요. 그래서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두려워요. 다 드러날까 봐.(웃음) 감춰줄 건 감춰줄 수 있는, 오래된 사람들이 좋아요.”

무용가를 꿈꾸던 소이현은 고등학교 시절인 지난 2001년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참가하면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 이기찬의 뮤직비디오 ‘감기’로 데뷔한 그는 이후 드라마 ‘때려’ ‘부활’ ‘보석비빔밥’ ‘태양을 삼켜라’ ‘글로리아’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연기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활동을 시작하다 보니 데뷔 초반 힘든 시간을 겪기도 했다.

“연예인을 꿈꾸지도 않았고,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숨 가쁘게 연기활동을 하다 보니 힘들었어요. 모든 게 너무 낯설었죠.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너무 무섭고 누가 저를 쳐다보는 것도 싫었죠. 그래서 실제로 1년을 쉬기도 했어요.”

그에게 용기를 준 작품은 2005년 방송된 드라마 ‘부활’이었다.

소이현은 “’부활’을 하면서 ‘아 연기란 게 이런 거구나’라는 걸 느꼈다”며 “처음에 연기력이 별로라는 얘기를 듣다가 끝날 때는 칭찬을 받으니 정말 좋았다. 공부를 다시 해서 제대로 된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연기의 재미를 느끼면서 이제는 전쟁터 같은 촬영장도 즐길 정도가 됐단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는 “찍을 때는 정말 힘들고 짜증 나지만 거기서 희열을 얻기도 하고, 산고와 같은 고통을 겪고 나면 뿌듯하기도 하다”며 웃었다.

소이현은 “서른 살을 화려하게 맞을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드라마”라며 “연기가 재미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고 돌아봤다.

그의 꿈은 배우의 삶을 이어가는 것.

‘청담동 앨리스’로 오래 연기하고 싶은 꿈을 더욱 다질 수 있었다는 그는 “나문희, 고두심 같은 선배님들처럼 연기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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