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훈 충북생생연구소장

서울에서 30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내려와 살기 시작한 지도 5년이 되었다.

5년쯤 살면서 왜 지역 분들이 지역불균형을 외치고 수도권규제완화를 반대하는지 절실히 느끼고 있다. 경제적인 불균형도 심각하지만 심리적인 피해의식은 더욱 심각한 것 같다.

새 정부 출범 때나 정부 주요직위의 인사 때마다 지역 안배를 주장하는 것은 지역 출신 인사가 많이 배치되면 그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다소나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지역에서 기대하는 것만큼 반영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서울에 올라가 지인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몇 년 사이에 점점 그들과는 좀 다른 사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다는 불안감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그들이 얘기하는 내용들을 보면 지역에서 논의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최근 정국 돌아가는 것이나 경제 돌아가는 얘기를 들어보면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 너무 많다. 그만큼 인맥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인맥형성이 궁극적으로는 지역적 연고에 기인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이 거의 대부분 중앙에서 이루어진다.

주요 국책사업이나 예산사업이나 정부 인사 등이 그렇다.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 주변에서 얼씬대고 자주 만나야 정도 들고 떡 하나도 더 주는 현재와 같은 시스템 하에서는 지방에 있는 것이 손해가 너무 많다.

어느 지역에 있든지 객관적인 자료에 의해 공정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균형발전이 이루어 질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서는 충북이 대한민국의 중심이고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고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5년 전 정무부지사로 내려올 때 깜짝 놀랐다. 우리는 청주에 연고가 있기 때문에 누구나 청주가 충북의 도청소재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중앙정부 고위간부들 중에서 충북의 도청 소재지가 청주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충주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어디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황당하기는 하지만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우리 충북 사람들 가운데 다른 도의 도청 소재지가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와 관련이 있으면 당연히 알겠지만 평소 교류가 없다면 그리고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면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청주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은 충북이나 청주가 공무원들 입장에서 볼 때 별로 중요한 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남이나 호남은 정치적인 세가 있어 정부 간부들이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지만 충북은 별 관심을 기울일 이유가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정치적인 거물도 없고 정치적인 힘도 약하다.

그런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에 우리를 알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충북을 알리는 노력을 많이 기울여 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또한 지역사회의 힘을 결집시켜 일사분란하게 중앙에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는 체계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한데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다. 그저 우리끼리만 우리가 최고라고 얘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청주를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 관계자가 청주는 국내 여러 도시 중에서 자연이 아름다운 몇 개 도시 중 하나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우암산과 무심천을 축으로 전개되는 자연은 정말 아름답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아름다운 자연적 여건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원과 합쳐 인구 80만의 도시라고 보기에는 도로가 너무 좁고 짜임새도 부족하다. 도심은 공동화로 인해 낙후된 모습을 보인다.

역사가 오래 됐지만 여러 전란을 통해 소실되어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축물도 별로 남아있는 것이 없다.

아름답게 변화되어 가는 다른 도시의 모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면 세종시나 대전에 뒤져 낙후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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