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진 취재부 부국장

정의(正義)’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 정의는 개인의 주관적 판단과 결정이 아닌, 사회나 공동체 구성원들의 여론과 견해를 수렴한 합의된 진실적 가치이기도 하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지혜와 용기와 절제의 완전한 조화라는 말로 정의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옳고 바른 것을 만들어 가려면 지혜와 용기와 절제가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원들의 참여와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 말로 해석된다.

청주상공회의소가 오흥배 회장 취임 이후 조용할 날이 없다. 최근 들어선 내부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의도적이고 계획된 작전에 따라 내부 회계자료 등이 외부로 유출돼 이용되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오 회장의 처신이다. 그는 회장 취임 직후 이태호 전 회장이 배후에서 여전히 상왕(上王)’노릇을 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내 왔다. 이후에도 이 전 회장과 한 처장 등 일부 부하 직원들이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자리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이같은 행동에 대해 정의는 외롭다는 말로 애써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정의인가. 그의 말처럼 정의가 외로운가. 일련의 과정 속에서 오 회장의 언행을 살펴보면 결단코 아니다.

우선 정의에 대한 해석부터 오류 투성이다. 오 회장의 말대로, 상의 내부적으로 잘못된 구태에 대한 개혁 의지가 없다면 구성원들과 소통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지켜가겠다는 약속을 담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내부 규범이나 사회적 법률에 따라 바로 잡으면 될 일이다. 자신의 생각만이 정의며, 그것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행위는 모두 불의라는 적대적 흑백논리도 오만이고 아집일 뿐이다. 거짓과, 궤변과, 자기 독선과, 망상적 판단오류와, 현실적 감각 마비에 함몰돼 청주상의의 총체적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내부 자료 외부 유출은 변호사의 자문을 거쳐 직접 한 일이라고 한 말을 불과 몇 분만에 그런 적이 없다고 뒤집는 것이 정의일까.

청주상의의 내홍 사태에 대한 책임을 부회장단과 일부 임직원들의 결탁에 의한 음모로 규정하는 것이 용기일까.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상의 노조원들의 진정성을 그럴 권한이 없다는 말로 일축하는 것이 절제일까.

지금 상의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무감각하거나 아니면 의도적인 현실적 판단이 지혜일까.

정의는 외롭다는 해석도 맞지 않는다.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객관적이며, 진실성이 수반된 판단과 행동이라면 이에 동의하고 참여하고 협력하는 구성원들이 따르기 마련이다.

정의로운 일을 판단하는 지혜와, 이를 실천하는 용기와, 이 과정에서 개인의 판단을 앞세우지 않는 절제가 조화를 이룬다면 정의는 수많은 구성원들의 지지와 협력과 동행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외롭지 않은 길이다.

귀결하면 오 회장은 위기를 타개하고 극복해 나갈 지혜도, 증폭된 내분을 앞장서 봉합해 나갈 용기도, 자신의 감정과 판단감각을 정상화할 수 있는 절제 능력도 부족하다.

구성원들의 반발과 불신과 거부감만 확산시킬 뿐, 이해와 수긍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미 조직의 리더로서 자격과 능력을 상실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에겐 불의의 가장 나쁜 형태는 위장된 정의라는 플라톤의 교훈을 새겨, ‘위장된 정의를 신념으로 세뇌시키며 자신들의 이득만을 노리는 무리들을 올바로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울러 주관적 시각에 치우치지 않는 판단과 행동의 절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청주상의 내분을 봉합하고, 대외적 위상을 새롭게 하기 위해선 오 회장의 마지막 용기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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