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 에세이 ‘일단, 시작해’ 출간

꿈과 변화, 소박한 문체로 담아내

영어는 2의 인생 살게해준 원동력

70대에도 TV서 좋은 영향 전하고파

 

 

개그맨 김영철(39) 앞에는 언제부턴가 ‘영어 잘하는 개그맨’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한동안 능청스런 성대모사로 주목받았던 그지만 이제는 국내 학원에서 실력을 쌓은 영어 전도사로 통한다.

그의 영어실력은 어느덧 캐릭터의 일부가 돼 방송 활동에도 날개를 달아줬다.

그런 그가 최근 자전 에세이 ‘일단, 시작해’를 펴냈다. 영어 학습서는 여러 차례 펴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놓는 에세이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영철은 “진짜 내 책 같은 느낌”이라며 밝게 웃었다.

김영철은 “성공담을 이야기하는 자기 계발서 대신 꿈을 이야기하는 에세이 스타일을 택했다”며 “첫 에세이다 보니 과정이 녹록지 않았지만 결과물을 보니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책에서 김영철은 삶을 돌아보며 꿈과 변화를 이야기한다.

개그맨의 길을 걷게 해준 1999년 3월 KBS 14기 개그맨 공채 합격 순간부터 방송인과 강사로 자리 잡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꿈꾸는 현재까지 편안하고 소박한 문체로 풀어놓는다.

김영철은 스스로 ‘대기만성형’이라 불렀다.

그는 “여전히 강호동, 유재석과 같은 1인자는 아니지만 재미있게 배워오다 보니 어느 순간 총알 없는 전쟁터에서 김영철이란 이름으로 서게 됐다”라고 돌아봤다.

“지난 14년을 돌아보면 쉽지 않았던 순간도 많고 재미있었던 일도 많았어요. 어머니의 긍정적인 DNA가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저희 어머니는 슬픈 날이 있어도 다 잊어버린다고 하세요. 저도 그래요. 다음 주 프로그램이 없어진다는 얘길 듣고도 길에서 누가 넘어지는 걸 보면 웃음이 나요. 이게 제가 살아왔던 근간인 것 같아요. 나쁜 일은 잊어버리고 앞으로 더 잘 될거라고 항상 생각해요.”

그에게 2의 인생을 열어준 영어는 방송활동이 주춤한 시기 그가 찾은 돌파구였다.

김영철은 200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인터내셔널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영어로 눈을 돌렸다.

“방송이 별로 없던 시기 영어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때 이성미 선배님이 ‘일이 줄었을 때 더 열심히 해야 일이 늘어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영어를 배우다 보니 방송이 하나가 두 개가 되고, 두 개가 세 개가 되더라고요. 결국 책을 내고, 영어 방송까지 하게 됐죠.”

그의 코믹한 이미지는 그의 영어실력을 더욱 부각하는 바탕이 됐다.

“눈 뒤집으며 하춘화를 따라 하던 개그맨이 갑자기 영어라니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공중파에서 영어로 방송을 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더라고요. 이제는 영어를 하는 모습이 하나의 캐릭터가 된 것 같아요.”

그는 “내 캐릭터에 만족하지만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코미디언 후배가 나오면 박수치며 떠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미국 CNN이나 abc에서 한국의 개그맨을 영어로 인터뷰한다면 내가 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그러나 ‘영어를 잘하는 개그맨’이란 이미지가 부담으로 다가온 적도 있었다. 2009년 그의 두 번째 영어책이 나왔을 무렵이었다.

“책을 본 조영남 형님이 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영어 좀 한다는 걸 보여주려는지 힘이 들어가 있다고. 그 말이 맞더라고요. 그때는 정관사 하나 틀리는 거에도 민감해했어요. 그걸 본 (정)선희 누나가 그냥 틀리라고 했어요. 네가 하버드 갔다 온 것도 아닌데 틀릴 수도 있는 거라고. 그때 방송을 보면 영어를 잘해서 편집됐어요. 잘난 척하는 거로 보인 거죠. 틀리든지 웃기든지 해야 했어요. 그래서 틀리기 시작했어요. 모르는 걸 인정했죠. 틀려도 대세에 지장이 없더라고요. 지금은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어요.”

끊임없이 배움의 길을 이어올 수 있는 원동력은 데뷔 때부터 몸에 밴 성실함이었다.

“이 얼굴로 장동건과 똑같이 8시간 자면 안 된다는 걸 일찍 깨우쳤어요. 저는 부지런한 게 어울리더라고요. 그런 삶을 받아들였고 그게 익숙해요. 잠을 줄이고 영어학원을 아침반으로 옮기고, 동선을 최소화하며 영어를 배우고 운동을 했어요. 홍진경 씨가 저처럼 나노단위로 시간을 쪼개 사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신)동엽이 형이 해준 말처럼 힘들어도 저만 지치지 않으면 돼요.”

김영철은 현재 SBS 파워FM ‘김영철의 펀펀 투데이’를 진행하며 매일 청취자와 만나고 있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까불거리는 밉상 캐릭터로 활약 중이다. 최근 종영한 SBS토크쇼 ‘고쇼’에서 눈치와 구박을 받으면서도 할 말은 다 했고, 얼마 전 MBC ‘무한도전-못친소’ 편에서는 박명수를 꼼짝 못하게 하는 활약을 보여줬다.

김영철은 “욕을 먹어도 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무색무취다. 밉상이어도 자기 색깔이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제껏 쉼 없이 달려온 그지만 “아직도 할 일이 무궁무진한 것 같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 열정이 사라지고 권태가 오는 게 가장 두렵다”는 그는 “60~70대에도 TV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희망했다.

글 쓰는 재미에 푹 빠진 요즘은 단편소설을 써볼 생각도 있다.

전무후무한 한국의 ‘인터내셔널 코미디언’이라는 꿈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이를 위해 잠시 쉰 영어학원도 다음 달부터 다시 다닐 계획이란다.

김영철은 “미국 드라마에 청소부 역할로라도 출연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