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부활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청주출신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이 내정됐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킨 것은 당면한 경제위기를 가능한 한 빨리, 효과적으로 극복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현 내정자가 거시경제에 해박한 경제관료와 학자로서의 경험을 잘 살려 위기 극복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

현 내정자는 오래전부터 국책 연구기관의 수장을 맡아온 만큼 현재의 엄중한 경제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믿는다.

국내외 악재로 수출과 내수 모두 큰 충격을 받아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 2%는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겪은 2009년의 0.3% 이후 최저치고, 올해도 기껏해야 2%대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밑돌 정도로 성장엔진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냉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 경기가 맞물려 가계와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지출 문제도 경제사령탑이 풀어야할 숙제다.

경제부총리제 부활로 일단 정책의 추진력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부총리 승격은 5년 만이지만 정책총괄과 조정권한에 예산권까지 가진 ‘힘 있는’ 경제부총리의 부활은 15년 만이다.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과 위상을 제대로 갖췄다는 점에서 현 내정자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금은 중산층이 무너지고 서민경제가 파탄 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다. 더 피부로 와 닿게 말하자면 ‘일자리 창출’이다.

세계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고 내수까지 둔화되면서 고용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올해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지난해와 비교해 10만개 이상 줄어들 전망이라고 한다. 한숨부터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제살 깎아먹기식의 자영업자 증가, 20대를 추월한 50대 고용비중, 사회서비스업의 일자리 급증이 취업자 증가에는 반영되겠지만 고용의 질적인 면을 보면 ‘착시’일 뿐이다.

문제는 청년층이다. 사회로 진출해야 할 20대 중후반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태다. 여전히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란 말이 20대의 고통을 대변한다.

지난해 저성장의 늪에 빠져 양질의 일자리를 최대 18만개 잃었다는 분석이 있다.

올해 2%대의 낮은 성장률을 지속한다면 모든 연령층에서 ‘일자리 전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민생 안정의 지름길은 일자리 창출이다. 성장이 멈추면 일자리도 없다.

현 내정자가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는 기업들의 투자를 살리고 성장동력을 끌어 올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부처간 다툼으로 정책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소통의 리더십을 잘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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