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 역 아님 사극 그만할래요”

조선 건국 왕, 술과 여자 밝히는 망나니로 재해석해 호응

즐거웠지만 아쉬운 점 많아… 늘 배우는 자세로 연기 하고파

 

“이제 사극은 끝입니다. 남은 역은 내시밖에 없어요. 흥미로운 내시 역할이 들어오면 고민할 것 같아요. 그 외에는 사극을 안 할 겁니다.”

그는 앞서 MBC ‘대장금’(2003~2004)을 끝냈을 때도 “다시는 사극 안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6년 후 MBC ‘동이’(2010)를 했다. ‘동이’ 종영 후에도 또다시 사극은 안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2년 만에 SBS ‘대풍수’를 했다.

그런 그가 “사극은 끝”이라고 하니 신뢰도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사극은 쉽지 않은 장르입니다. 사극을 안 하겠다는 것은 힘들어서가 아니라 자칫 한가지 이미지가 굳어질까 봐 그런 겁니다. 그래서 이젠 내시 역이 아닌 다음에야 사극은 더 이상 안하려고요.”

지난 7일 막을 내린 ‘대풍수’에서는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를 연기했다. 드라마가 용두사미로 끝나 아쉬움을 주긴 하지만 ‘대풍수’가 초반 그린 이성계는 ‘전복적’이었다.

카리스마가 넘치긴 했지만 야만인 같은 이미지였다. 여태껏 어떤 사극에서도 이성계를 그렇게 그린 적이 없었기에 눈길을 잡아끌었다.

“역사에서 이성계에 관한 기록이 2년 정도 비었는데, 우리 드라마는 그 기간 고려 변방 출신의 무신 이성계가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우악스럽고 무식했던 것으로 설정했어요. 노략질도 하고요. 이때만 해도 조선을 건국한 군주로서의 싹은 전혀 없죠. 지도자 자질이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과정을 그린 게 ‘대풍수’였죠.”

“정말 즐거웠어요. 희열이 있었죠. 탈을 뒤집어쓰거나 진한 분장을 한 채 주류 사회와는 전혀 상관없이 자기 식대로 살아가는 이성계의 모습이 재미있었어요. 특히 활을 잘 쏘는 인물이라 멋졌습니다. 활을 잘 쏴서 초장에 적장의 머리를 명중시키는 등 기선제압을 해 백전백승을 거두는 용맹한 장수라 좋았어요.”

제멋대로 사는 천둥벌거숭이지만 충성스러운 부하들과 외인부대를 이뤄 변방의 우두머리로 군림한 이성계는 전투에서 동물적인 감각을 자랑했다. 드라마에서는 아쉽게도 초반에만 이런 ‘야생’의 이성계가 등장했지만 35부작의 ‘대풍수’가 끝난 뒤에도 그런 초반의 이성계가 뇌리에 남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줬다.

“데뷔 때만 해도 10년이 지나면 톱이 되리라 생각했어요. 뭣도 모르고 참 거만하게 생각했죠. 그런데 진짜 10년이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더라고요.(웃음) 절망했죠. 하지만 동시에 희망적이었던 것은 아직 할게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었어요. 배우는 계속 배워야 하는 직업입니다. 노력하고 배우지 않고는 뭔가 이룰 수 없어요. 팡팡 놀고 수다나 떨다가 연기하면 ‘쟤 놀다왔구나’가 고스란히 보이죠. 그래서 늘 배우려고요. 아직 멀었고 계속 전진하고 있는 중입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