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는 모두 역사에 맡기고자 한다.” 엿새 후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는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퇴임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대한민국을 선진화하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2차례에 걸친 글로벌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무역 1조 달러 및 세계 7대 무역 강국으로의 도약, 국민소득 2만 달러 진입, 국가신용등급 상승, G20 세계정상회의 및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등을 구체적인 성과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집권기간의 ‘과’(過)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도덕적 흠결이 없는 정부를 간절히 바랐지만,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면서 친인척·측근 비리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생각을 달리하고 불편했던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국정의 책임을 내려놓는 이 시점에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해석에 따라선 국정운영 방식에 실망했거나 반대했던 비판자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의 퇴임연설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이 대통령의 집권 5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 대통령의 퇴임의 변에 대해 수긍한다. 반면 ‘자화자찬식 연설’이라고 혹평하는 쪽도 있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수석대변인은 “국민 기만적, 자아도취적 연설”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우리는 이 대통령의 집권 5년에 공과 과가 혼재돼 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전대미답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지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내치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리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양극화는 심화되고 세대간, 지역 간 갈등도 커졌다.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구속수감으로 극명하게 드러난 측근 비리, ‘고소영(고대, 소망교회, 영남) 인사’로 희화화된 편중인사, 민심과 동떨어진 국정운영 방식은 국민을 실망시켰다.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에 이어 퇴임 직전 단행된 측근들에 대한 사면은 여권 내부에서 조차 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 대통령은 임기 중 지구를 19바퀴나 돌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매일 4시간 밖에 자지 않으면서 열과 성을 다한 이 대통령의 노고를 평가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이 대통령이 스스로 원하고 있는 것처럼 퇴임 후에 ‘조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퇴장이 불행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은 4.19 혁명으로 하야했고, 장기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하가 쏜 흉탄에 맞아 숨졌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내란음모죄’ 등으로 옥살이를 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을 비롯한 친인척 및 측근 비리로 국민의 지탄을 받았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검찰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곧 퇴장하는 이 대통령도 많은 국민의 박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제 우리 정치사에서도 퇴임시 박수를 받는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 오는 25일 취임하는 박근혜 당선인이 5년 후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를 걸어 나올 때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