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성 보은국유림관리소장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어느집이나 마찬가지로 자식들이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어지럽히고 정신없이 어수선하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하나도 없네또는 야단법석도 이런 야단법석이 없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사실 야단법석(野壇法席)이라는 말은 불교대사전에 나오는 말로 야단(野壇)’이란 야외에 세운 단이란 뜻이고, ‘법석(法席)’불법을 펴는 자리라는 뜻이다.

, ‘야외에 자리를 마련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라는 뜻이다.

법당이 좁아 많은 사람들을 다 수용할 수 없으므로 야외에 단을 펴고 설법을 듣고자 하는 것이다.

그만큼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자 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석가가 야외에 단을 펴고 설법을 할 때 최대 규모의 사람이 모인 것은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했을 때로 무려 300만명이나 모였다고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 질서가 없고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하게 된다.

이처럼 경황이 없고 시끌벅적한 상태를 가리켜 비유적으로 쓰이던 말이 일반화되어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 몇 해 전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난다. 모 사찰에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고승을 모시고 법회를 개최하였는데, 고승의 설법을 듣기 위해 일반 국민들은 물론 정·재계에서도 제법 이름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참석을 하다보니 사찰은 야단법석(野壇法席)이 났었다고 한다. 그러나 고승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상적이고 평이한 이야기 외에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이 설법을 끝냈다고 한다.

다급해진 몇 사람이 고승의 뒤를 따르며 고승에게 화두(話頭)를 재촉하니 고승은 마지 못해 심조불산이란 화두를 던지고 가시더란다. 뒤따르던 사람들은 고승이 던진 화두(話頭)를 이해 하지도 못하면서 역시 고승은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라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고승에게 화두(話頭)에 담긴 뜻을 알려달라고 재촉을 하더란다.

이에 고승은 동안(童顔)의 미소를 띠면서 나무 사이에 걸려 있는 산불조심이라고 쓰인 사각깃발을 가리키며 산불조심을 거꾸로 읽으면 심조불산이야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조금은 과장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산불조심이라는 사각깃발을 고승은 보이지 않는 행간을 읽었고 일반 사람들은 눈으로 읽혀지는 것만 보는데서 오는 아이러니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도 산불홍보를 위하여 산불조심이라고 쓴 사각깃발과 플래카드를 유원지, 명승지, 등산로, 주요 도로변 등과 같이 사람 왕래가 많은 곳에 설치하여 산불조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산불조심이라고 쓰여 있는 사각깃발을 보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무한한 산림자원의 가치, 친자연적인 먹거리 제공으로서의 산림산업, 국민의 삶의질 향상을 위한 산림복지 서비스, 인본주의적 정신 건강을 고려한 산림생태계 유지, 전 세계가 인정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의 유·무형의 가치 전달을 위한 국제 산림협력 등과 같이 산불예방으로 인한 반대급부와 이면에 숨어 있는 행간의 숨은 가치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혜안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늘 해왔듯이 올해도 산림청에서는 산림보호법 31조의 규정에 따라 21일부터 515일까지를 산불조심기간으로 정하여 산불방지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산불조심기간 중에 산을 찾는 사람이 많은 청명·한식, 산나물 채취 시기 등과 같이 특별하게 산불조심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산불조심 특별대책기간을 설정하여 운영하고, 영농준비가 시작되는 3월 이전에 산림과 논·밭두렁의 인화물질에 대한 사전 제거를 완료함은 물론 원인별·타겟별 차별화된 산불예방 홍보 및 계도·단속 강화 등을 통하여 선택과 집중의 산불방지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고장난명(孤掌難鳴)의 지혜도 필요하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산림청에서도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국민과 함께하는 다방면의 소통을 고려한 산불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산불신고 앱에 대국민 산불예방 및 신고 요령 등을 제공하고, 산불조심기간 중에 입산가능지역 안내 웹 서비스 등을 확대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왜냐하면 산불예방은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에서 고귀한 열매를 맺는 산림청책이기 때문이다.

혹시 심조불산을 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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