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옥 취재부 기자

흔히 형식은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한다. 형식에 따라 그 행사를 진행하는 개인 혹은 단체의 마음가짐이나 정신의 격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열린 충북예총 회장 이·취임식은 단체의 정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형식의 옷을 입을 수 있는지 되새기게 하는 자리였다.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행사장에는 하철경 한국예총 회장, 이시종 충북지사, 이기용 충북도교육감, 김광수 충북도의장을 비롯한 각 기관·단체장과 지역예술인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다수의 각급 기관단체장과 300여명의 예술인이 참석해 자칫 보여주기식 행사로 치우칠 수 있는 이·취임식을 충북예총은 예술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소박하지만 정신이 살아있는 그릇에 담아냈다.

가시적으로 이날 행사는 100여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치러졌다. 수 천 만원의 비용을 들이는 다른 기관·단체장의 이·취임식에 비하면 생수와 비스킷 몇 조각 올린 이날 행사는 단촐했지만 품위 있었다.

맑은 생수를 정안수에 빗대 건배한 것은 행사에 참석한 여러 사람에게 회자됐다. 사회자는 충북예총이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하자는 각오를 정안수처럼 맑은 물 앞에서 다짐하자는 의미로 물만 준비한 뜻을 설명해 얼마나 많은 고민 끝에 행사를 진행했는지 알 수 있었다.

신임 회장의 짧은 인사말도 인상적이었다. 행사 리플릿에 취임사를 실은 조철호 회장은 15초의 짧은 인사말로 취임인사와 각오를 전했다. 기관장의 지루한 인사로 시간이 지연되는 다른 행사와는 차이가 있었다.

이날 행사가 예술인들을 위한 자리인 만큼 충북지역의 원로 예술인과 충북예총 역대 회장단, 예총 신임 임원진을 일일이 소개한 것 또한 행사의 가치를 더했다.

행사 후 값비싼 뷔페 대신 소박한 육개장으로 정을 나눈 것과 취임식에 걸 맞는 시 낭송, 지역의 예술정신을 담은 성악가들의 축가까지 철저하게 예정된 시간을 어기지 않았던 것은 이들의 정신의 격을 가늠할 수 있게 했다.

형식은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처럼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충북예총이 형식보다 예술정신을 귀히 여기는 단체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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