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복지와 사회 안전망을 든든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는 전통적 효사상의 붕괴·가정의 해체현상과 맞물려 심각한 노인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노인 학대와 방임은 이미 익숙한 단어가 됐다.

노인여가문화 향유의 기회 부족으로 많은 노인이 외로움과 우울증을 겪고 있다. 이는 신체기능 및 인지기능저하를 동반한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발전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낳는다.

충북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9988 행복나누미 사업’ 등 다양한 노인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동양일보는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문제점과 충북도의 노인복지정책들을 살펴보고, 제도개선 사항에 대해 알아봤다.

 

●고령화사회 진입

2010년 말 기준 충북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1만5245명이다. 이를 총 인구수로 나눈 고령화율은 13.7%로 올해 말까지 고령사회(14~20%)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농촌 지역은 보은(28.2%)·옥천(22.3%)·영동(25.2%)·괴산(28.1%)·단양(23.1%) 등 5개 군은 고령화율이 20% 이상으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지 오래다.

이처럼 사전 준비도 없이 이뤄지는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독거노인은 4만명, 치매노인은 1만8000명에 이르고 있다.

중풍·만성 관절염 등 노인성 질환으로 주위의 특별한 요양이나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반면 경로효친의 아름다운 전통은 점점 사라져 가고, 부양기피·학대·경제적 빈곤·상대적 박탈감은 우울·고독·자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노인문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가 적극 나서서 노인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관심과 애정, 인력과 예산을 적극 투입해야할 시기다.

 

●전국 최초 ‘9988 행복나누미’ 시행

충북도는 노후생활에 건강한 활력을 불어넣고 여가 프로그램으로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키 위해 2012년부터 전국 최초 ‘9988 행복나누미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도시지역 노인들은 주민자치센터와 노인복지관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데 반해 소외된 오지마을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들을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키 위해 시작됐다.

특히 이시종 지사가 직접 사업명을 작명하고, 프로그램 운영과정 등을 수시로 챙기는 등 각별한 애정을 갖고 중점 추진하고 있는 민선5기 노인복지시책이다.

노인여가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새로운 여가문화의 보급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 99세 이상 88하게 사는 실버토피아 충북’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사회복지사와 레크리에이션 강사, 건강관리사, 심리상담사 등 다양한 자격과 경력을 가진 전문 강사들로 구성된 73명의 행복나무미를 선발했다.

행복나누미 자격기준은 여가프로그램 관련 자격증 2개 이상 보유자 및 복지관 등 노인대상 여가프로그램 강사 경력자를 우선 선발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사회복지사 자격도 갖췄다.

이들은 도내 산간·오지 경로당을 다니며 여가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도내 4000곳 중 30%인 1200곳 경로당을 대상으로 시범운영 중이다.

접근성과 이동성의 제약으로 그동안 노인복지관의 여가프로그램이나 기존 경로당 지원 서비스 등을 받지 못하던 소외지역 경로당에 레크리에이션·웃음치료·노래교실·건강체조·공예활동 등 다양한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보건소와 연계한 치매 예방검진과 건강검진, 이미용 봉사자와 연계한 이미용 서비스도 한다.

프로그램 참여도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경로당 이용 노인들의 수요조사를 통한 경로당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골 경로당 변화

사회적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 노인복지관의 여가 프로그램과 기존 경로당 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소외지역의 경로당에게는 ‘9988 행복나누미 사업’이 마른 땅의 단비와 같았다.

경로당이라는 여가·생활공동체에서 노인들은 외로움과 적적함 대신 건강체조와 웃음치료로 하루하루를 알차게 채운다.

소일거리 없이 여럿이 둘러앉아 10원짜리 고스톱으로 시간을 달래던 경로당의 풍경은 옛말이 됐다.

도내에서 가장 오지인 영동군 용화면 월전리 마을 노인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가 되면 일손을 멈추고 경로당에 모인다.

이때부터 경로당에선 ‘하하호호’ 웃음소리와 ‘쿵짝쿵짝’ 음악소리가 힘찬 박수소리와 함께 섞여 흘러나온다.

9988 행복나무미 웃음치료교실이 있는 경로당에선 이제 이런 모습은 낯설지가 않은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9988 프로그램이 열리는 날은 평소 경로당을 이용치 않던 노인들도 모두 모이고, 마을 부녀회에서 막걸리 등을 대접하는 등 잔칫날 같이 운영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대폭 확대 추진

도는 노인들의 호응, 전국적인 관심집중과 경로당이 건전한 노인여가문화 공간으로 점차적 탈바꿈되는 긍정의 효과에 따라 ‘9988 행복나무미 사업’을 대폭 확대·추진키로 했다.

이시종 지사는 지난 8일 9988 모범경로당으로 선정된 괴산군 청안분회 경로당을 찾아 ‘모범경로당’ 현판을 직접 걸어준 뒤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대상 경로당 선정서를 전달했다.

이 지사는 “많은 어르신이 다양한 여가복지 프로그램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 9988 행복나누미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올해부터는 사업을 더욱 확대해 질병·빈곤·고독의 노년 3고(三苦)가 없는 어르신이 행복한 충북, 함께하는 충북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도는 지난해 7억여 원 이었던 사업비를 33억원으로 증액해 현재 70명인 행복나누미를 140명으로, 수혜경로당을 1200곳에서 전체 경로당의 50%인 200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매년 모범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경로당을 시군별 1곳씩 선정,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비용을 지원해 경로당의 냉·난방비용과 전기요금 부담 경감으로 경로당을 통한 여가문화가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보완 및 제도개선

9988 행복나누미사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공예교실 등 만들기 프로그램은 집으로 작품을 갖고 가 손주 등 식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어 호응이 큰 반면, 재료비가 부족해서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농촌지역은 이동 거리가 멀어 행복나누미에 대한 교통비 지원이 필요하고, 1회 2간씩 프로그램 참여는 힘에 부치는 노인들이 있어 시간을 줄이되 횟수는 늘려 1시간씩 2회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도는 이처럼 현장에서 제기된 애로·건의사항을 적극 개선·반영해 나갈 방침이다.

우선 만들기 프로그램에 재료비가 부족하다는 의견에 대해 시군별 월 50만원씩 확대 지원하고, 교통비도 매월 10만원씩 신규 지원한다.

도는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과 지원 확대를 건의했다.

먼저 건강검진 항목에 치매검진을 의무화해 치매 조기검진을 40대부터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정옥 도 보건복지국장은 “치매관리 관련 국고 지원이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이뤄져 지원규모가 빈약한 실정”이라며 “일반 국비에서 확대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9988 행복나누미, ‘치매 중풍 걱정 없는 도’ 시책 등의 노인복지 시책은 가족·이웃·지역사회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복지시책 다양화

도는 건강하고 편안한 노후생활을 보장해주고, 당당하고 활기찬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결식우려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과 식사배달(3216명, 29억원), 독거노인 응급안전 돌봄시스템 구축(3000가구, 9억원), 기초노령연금 지급(15만2000명, 160억원), 경로당 난방비·운영비 지원(3967곳, 6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치매와 중풍으로 고통 받는 노인과 가족들을 위한 지원시스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는 전국 최초로 ‘치매·중풍 걱정 없는 도(道)’를 만들겠다고 선포하고, 치매 예방과 검진, 치료와 돌봄으로 연결되는 체계적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내 13곳의 시·군·구 보건소에 치매상담센터를 만들고 치매인지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9988 행복나누미와 연계해 치매 예방 홍보, 치매 조기검진 활동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도내 5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년 1회 이상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의심자에 대한 정밀검진을 거쳐 치매환자에게는 치매검사비와 약제비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노인장기요양기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가정에서 생활하는 치매 노인들의 경우 가족들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도내 47곳 주간보호시설을 활용, 희망하는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게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치매관리 종합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을 위해 광역치매관리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는 한편, 현재 4개 시·군에 배치돼 있는 치매관리사를 전 시군으로 확대 배치한다.

또 퇴직한 경력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를 시군별 치매상담센터에 배치해 치매예방 홍보·교육, 치매 상담·검진 등을 지원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광역 시·도 가운데 충북도민의 경제적 행복지수가 45.4점으로 가장 높았다.

또 경제적으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충북에 사는 대졸 이상 고소득 미혼의 20대로 전문직 종사 여성’이라는 재밌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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