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모르게 신뢰·안정 대명사 됐네요”

 처음엔 이미지 정형화될까 진행 제의 고심

시간 지날수록 프로에 대한 애착 강해져

실제 성격 무겁거나 심각한 사람 아니지만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부조리 말하고파

 

 

매주 토요일 밤 11시 5분, 이 익숙한 배우는 TV 속 연기자의 가면을 벗는다. 그는 어느새 트레이드 마크가 된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한 마디와 함께 우리 사회의 각종 폐부와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꽂는다.

바로 SBS TV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하는 배우 김상중(48)이다. 2008년 3월 1일 전임 진행자 박상원에게 바통을 넘겨받아 ‘숭례문 미스터리 - 그래도 남는 의혹의 실체’ 편부터 출연한 그는 내달 1일 어느덧 진행 5주년을 앞두고 있다.

“제가 보여주는 모습에 신뢰감이 있어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기보다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하다 보니 오히려 신뢰감이 쌓인 거죠.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나름의 책임감 때문에 행동이 조심스러워집니다.”

김상중은 그동안 ‘추적자’·‘시티헌터’ 등의 작품을 통해 절대 가볍지 않은 배역을 소화해왔다. 자연스레 대중도 그를 안정감 있고, 신뢰 가는 배우로 바라봤지만, 자신은 오히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이러한 이미지가 구축됐다고 그 공을 프로그램에 넘긴다.

“제작진이 정말 힘들고 정성스럽게 재료를 가져와 레시피를 만들면, 저는 그것을 얼마나 맵게 할지, 혹은 싱겁게 할지 결정해 버무리는 거죠. 제 역할은 열 중에 넷 정도에요.”

사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의 첫 시사 프로그램은 아니다. 1998년 SBS 생방송 프로그램 ‘추적 사건과 사람들’을 진행했기 때문. 이후 ‘그것이 알고 싶다’의 초대 진행자 문성근의 후임으로 진행자 제안을 받았지만 문성근의 아성이 워낙 견고해 몇 차례 고사했다.

“저도 배우 이전에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올바른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은 욕심이 있죠. 그래서 프로그램을 그만두어야 하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너무 이런 쪽으로만 이미지가 정형화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지만, 그 완급조절은 제가 알아서 할 숙제입니다.”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그것이 알고 싶다’는 8%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지난 16일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8.1%(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그는 “내 주안점은 내가 프로그램의 첫 번째 시청자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누구나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시청자로서 너무 어려우면, 그걸 조정해 바꾸는 역할을 한다”고 프로그램에 이바지하는 자신의 역할을 소개했다.

“배우가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장점이요? 시사 프로그램은 무겁다고들 생각하시잖아요. 사안의 무게는 아이템에 따라 달라지는 데, 배우는 감정 변화 등을 가지고 상황과 아이템에 따라 전달력의 차이를 둘 수 있어요.”

그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관객·시청자와 눈을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없다”며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눈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다. 호소력이나 팩트·이야기의 전달력이 크다는 것”이라고 연기와 진행의 차이를 짚었다.

김상중은 지난 5년 동안 200개가 넘는 사건·사고를 다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일까.

“누구나 처음 한 경험이 기억에 남듯이, 숭례문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그때만 해도 ‘국치’라며 앞에서 통곡했지만 시간이 지나 숭례문이 어떻게 복원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들이 없어졌죠. 우리는 너무 잘 울고, 빨리 잊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습니다.”

김상중은 평소 드라마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달리 지난해 SBS ‘일요일이 좋다 - 런닝맨’·’연예대상’에서는 뜻밖의 예능감을 마음껏 뽐냈다. 특히 ‘연예대상’에서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 콘셉트로 한 치의 틀림도 없이 생방송 코너를 소화해 냈다.

그는 “내 실제 성격은 중도”라며 “보이는 것만큼 무겁거나 심각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실제 자신의 성격을 설명했다.

이어 “‘추적자’의 강동윤 등 그전의 이미지가 거의 같은 공간 속 비슷한 캐릭터였다”며 “이제는 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하다 보면 배역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고 토로했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배역은 지양하겠다는 것. 그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너무 가볍거나 나쁜 역할을 연기한다면 ‘그것이 알고 싶다’의 모습과 비교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비교되거든요. ‘추적자’ 할 때도 ‘그것이 알고 싶다’ 속 제 말이 가짜 같다고 우스갯소리 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저는 배우이지만, 진행자로서도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선택의 폭이 좁아지더라도, 진실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에 누가 되는 역할은 가려내려고 합니다.”

그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중년탐정 김상중’이라는 별명도 제작진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런데 말입니다’의 유래는 어떻게 될까.

“진행하는 데 부자연스럽고, 전달이 너무 딱딱하다고 생각해서 만들어낸 말이 ‘그런데 말입니다’에요. ‘그런데’는 반말을 하는 것 같잖아요. 이야기를 강조하면서도 긴장감을 주는 말을 고민한 끝에 태어난 말입니다.”

“프로그램을 5년 진행했다고 해서 소감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민망해요. 더 해야죠. 한 10년은 해야 이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제 경륜과 노하우가 쌓이고, PD나 작가가 해주는 것 말고도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그때는 제 이름을 프로그램 제목에 붙여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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