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래 수 대전지역 담당 차장

장학사 인사비리 사태와 관련해 충남도교육청이 발표한 쇄신안이 ‘절반의 대책’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도교육청은 지난 21일 쇄신안 발표에서 상당 부분을 ‘교육전문직(장학사·교육연구사) 전형 방법 개선’에 무게를 뒀다. 허술한 시험에 대한 객관성과 투명성은 담보할 수 있게 됐지만, 이번 사태가 내포하고 있는 과열된 교육전문직 선호 경쟁까지 근본적으로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도교육청은 교육전문직이 ‘승진의 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응시 자격 강화와 7년 근무 의무화 등의 안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이 인정받는 여건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방안만으로 교육전문직에 대한 선호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장학사 인사비리’ 사례를 통해 다른 제도에는 문제가 없는지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역시 이번 쇄신안에는 빠졌다.

도대체 장학사가 무엇이기에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임춘근 충남도의회 교육의원의 교장 임용 시기를 분석한 자료에서 일단의 답을 찾을 수 있다. “교장 임용 시 장학사 등 전문직 출신이 평교사 출신보다 5년4개월 빨랐고 임용지 배정도 전문직 출신에 특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전문직으로 불리는 장학사와 장학관의 기본 업무는 교육 현장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지원 업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장학사가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상관 역할을 하려는 사람들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장학사들은 온갖 공문을 시행하고 결과를 독려하는 일, 학교 평가와 교장·교감에 대한 근무평정을 담당해 학교에 관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행정 업무의 적합성 여부와는 별도로 장학사 근무 중 매년 확보되는 승진 점수가 교장 임용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평생 평교사 선언 같은 교원 승진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내부형 공모제 등 일부 개혁이 있었지만 ‘장학사 장사’는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구조적 비리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유일한 해결책은 여전히 교원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평교사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교실과 수업에 몰두하는 풍토를 만드는 일이다. 드러난 비리를 파헤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비리의 소지를 미리 없애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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