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용리 3차례 지반 침하 ‘광산 탓’ 결론
주민들 “남은 과제는 보상”

 

청원군에서 지난 수년간 잇따라 발생한 지반 침하의 원인이 무리한 광산 개발 탓이었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졌다.

이는 2007년 지반 침하가 처음 발생했을 당시 자연재해라는 이유로 지질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당국의 판단과는 상반된 것이다.

당시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졌다면 추가 지반 침하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지반 침하 원인 규명에 나섰던 시추업체 S토건에 따르면 청원군 가덕면 청용리 금곡저수지 인근 주택 한 채와 논 7∼8필지 가량이 매우 위험한 상태다.

2007년과 2012년 이 일대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 현상과 2010년 논 인근 저수지의 물 빠짐 사고 역시 인근 광산 개발 때문이었다는 최종 결과도 발표했다.

S토건 관계자는 “지난 5개월간 침하된 논 일대와 인근 주택가를 시추 조사한 결과 광산업자가 채굴 기준을 어기고 위험하게 갱도를 판 뒤 무리하게 발파 작업까지 강행한 탓에 마을 전체로 피해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면과 공동(空洞)과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운 곳도 있어 추가 붕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가 나오자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처음 땅이 꺼졌을 당시 지질조사를 벌였더라면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의 지반 침하는 막을 수 있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주민 A(68·여)씨는 “2007년 처음 논이 주저앉았을 때에도 마을 주민들이 광산 때문인 것 같다고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다”며 “하지만 광산업자가 꺼진 논을 흙으로 메운 뒤 일부 금전적 피해를 보상하고 공사를 계속 진행했다”고 말했다.

관리·감독기관인 중부 광산보안사무소 관계자는 “당시에는 지질조사가 필요하지 않았다”며 “피해규모가 작았고, 갱내 출입이 가능했기 때문에 육안으로 공동 부분이 균열돼 지반이 침하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빗물에 석회암이 침식돼 생긴 자연재해였지만, 광산 채굴에 의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 광산업자에게 주의하라고 경고했다”고 해명했다.

청용리에서는 지난 2010년 갑자기 논 인근 금곡 저수지의 농업용수 2000∼3000t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졌고, 식수로 사용하던 지하수마저 끊겨 버렸다.

쉴새 없이 터지는 다이너마이트 때문에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고, 집안 내부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고 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전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국회의원, 청원군수, 충북도지사까지 찾아와 채굴을 중단시켰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전언이다.

광산 피해복구를 맡은 한국 광해관리공단은 당시 수 억원을 투입해 실태조사를 벌여 근본적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년 뒤인 지난 2012년 9월 또 한 차례 갑작스럽게 땅이 꺼지면서 직경 10m, 깊이 20m 규모의 ‘공포의 웅덩이’가 논 한가운데에 생겨났다.

그제야 한국 광해관리공단은 지반침하가 발생한 농경지를 포함, 금곡저수지 인근 주택가에서 대대적인 정밀 지질조사를 벌였다.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한 지 5년 만에 성사된 일이다.

지난 5개월여에 걸친 현장조사 끝에 ‘광산으로 인한 지반침하'라는 결과물이 나왔지만, 주민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광업법상 주민들의 피해보상은 광산업자가 나서야 하는데, 2010년 잠적한 업자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청용리 주민들은 “잠적한 광산업자 대신 정부가 나서 위험지역을 매입하겠다고 약속했으니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또다시 소극적으로 나선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 자위권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청원/김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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