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훈 충북생생연구소장

청주역에서 옥산으로 가는 도로변에 수십 개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주요 내용은 청주역에서 옥산을 잇는 도로 확장 계획이 선거 때만 되면 곧 할 것처럼 하다가 선거 끝나면 무산되는 것에 대해 옥산 주민들이 또 약속 어겼다고 항의하면서 약속을 지키라는 내용이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을 소개하면 우선 정치인들이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불신을 표출한 것으로는 ‘양치기 소년도 개과천선했다는데! 이분들은 언제 변하려나!’ , ‘또 거짓말! 하셨네용!’, ‘30년동안 우려먹더니 이제는 용도 폐기!’, ‘또 뻥이야? 도대체 언제하는겨!’, ‘말뿐인 정치인! 우리는 돌고 돌고!’, ‘왠지 씁~쓸 하구먼! 또 안됐어?’, ‘도로확장 공약이 사골이냐! 그만 우려먹어라!’, ‘의원님! 시장님! 어찌하여 옥산을 버리시나이까?’, ‘ 필요한건 국비! 국비는 누가?’ 등이고 통합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는 ‘옥산길 안 넓히고! 통합청주시 운운마라!’, ‘ 발전하는 통합 청주시! 여전히 변함없는 옥산!’, ‘ 이럴려고 통합했냐!’ 등이며 옥산 주민들의 불편을 호소한 것은 ‘장가 좀 가자! 길이 막혀 시집을 안온다네!’, ‘나 군대 갈 때도 막히더니! 아들 군대 갈 때도 막히네!’,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보이나!’, ‘빨리 길 넓혀라! 우리 아이들이 보고 있다!’, ‘어렵게 얻은 직장! 길 막혀 지각하니 짤렸다네!’, ‘저녁배달도 해야 하는데 길이 밀려, 저녁장사는 포기했다’ 등이다. 또 현수막 중에는 ‘해결할지도 모르는 분’, ‘해결할 수도 있는 분’으로 ‘청주시장, 청주시의회 의장, 청원지역 국회의원 그리고 필자’를 넣었다.

이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노라면 한심하다는 생각과 함께 정치에 입문한 지는 얼마 안됐지만 어쨌든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지나간 얘기지만 총선 때 청주역에서 옥산간 도로확장이 십수년 넘게 해결되지 않아 옥산 주민들의 불만이 매우 컸었다. 당연히 도로확장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분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사안이었는데 그것을 의식했는지 청주시에서 도로확장이 곧 추진될 것처럼 발표를 해서 불만여론이 무마됐었다.

필자도 해결이 된다고 해서 공약에 포함하지 않았고 이 사안을 가지고 상대 후보를 비판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총선이 끝난 지 1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 옥산주민들이 각종 현수막을 걸고 불만을 표출하게 된 것은 ‘청주역 방향 예산은 확보되었지만 3차 우회도로 북쪽 방향으로는 예산이 없어 도로를 확장할 수 없다. 우회도로 만들 때 연접도로로 국비를 확보해 추진하겠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도 속아 왔는데 이번에 또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 불만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공약 여부를 떠나 교통체증이 얼마나 심한지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이해한다면 당연히 이 사업은 우선적으로 진행 됐어야 하는 사업이라고 본다. 시나 군의 고위책임자들이 출퇴근 시간에 옥산 다리를 통과해 보면 옥산 주민들의 불만과 고통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옥산 주민들보다는 청주시민들이 더 많다고 한다.

지난 대선 때 옥산으로 통하는 다리 근처에서 유세를 했었는데 오후 5시 반부터 밀리기 시작해 1시간 이상 차가 뒤엉켜 선거운동을 하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이런 불편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이 도로확장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데 20년 가까이 도로 확장이 안 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그동안은 청원 청주가 통합이 되지 않아 행정구역이 달라 그럴 수도 있다고 통 크게 이해한다고 쳐도 이제 통합이 결의 됐는데도 도로확장 문제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것을 옥산주민들은 물론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통합을 적극 추진했던 필자도 납득할 수 없다. 청주시가 돈이 없으면 청원군에서 돈을 대든지 국비를 확실히 끌어오든지 무슨 수단 방법을 다 써서라도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그 정도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지역을 위해 일한다는 말을 한다면 너무 부끄럽지 않은가?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불식 시키려면 남 탓 하지 말고 정치인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적당히 때워 넘기는 정치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