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관 석 음성지역담당 부국장

국제결혼이 성행하고 외국인 근로자가 유입되면서 우리나라도 이제는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다문화 인구가 100만 명을 넘긴지 오래고 다문화 가정 자녀도 6만 명이 넘었다. 오는 2020년에는 20대 한국인 5명 중 1명, 신생아 의 3분의 1 이상이 다문화가정 자녀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 등 다문화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 졌다. 음성지역 다문화 인구도 2097명에 이르고 외국인 근로자, 불법 취업자까지 합치면 다문화 인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다문화 인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그들이 우리사회에서 받는 편견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2012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는 다문화 가족 구성원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차별을 받고 편견에 시달리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사에 의하면 다문화 가족 구성원인 결혼이민자나 귀화자의 41.3%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이나 무시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 2009년 조사 때 36.4%보다 오히려 5%나 나빠졌다.

출신지역별로는 남부 아시아(55.1%), 파키스탄(53.2%) 등 저개발국 출신들의 차별 경험 응답률이 높았고 미국(28.5%), 일본(29.8%) 등 선진국 출신은 낮았다.

한국계 중국인(45.5%), 필리핀인(44.7%), 중국인(42.9%) 등도 상대적으로 차별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한국 생활의 어려움으로 경제적 어려움(21.9%), 언어 문제(21.7%), 자녀 양육 및 교육(13.5%), 외로움(9.6%) 등을 꼽아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하나만으로 외국인을 외면하거나 멸시 냉대하는 편협함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케냐인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로부터 태어났지만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으로 재선에 성공한 것처럼 지구촌 사회는 다민족 공존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영어를 모르고도 운전면허증을 딸 수 있다. 스페인어·한국어·일본어·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시험문제가 출제된다고 한다.

외국인의 유입에 매우 엄격한 미국이 이런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그들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어떠한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피부색이나 생김새가 다른 사람들을 이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우리 한민족이 무려 700여만명에 이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분명히 반성해야 할 일이다. 피부색깔과 언어문화가 다른 사람끼리 조화롭게 어울려 국내에 조기 정착을 할 수 있도록 지난해 음성지역 최대 축제인 설성문화제를 맞아 다문화 가요제를 동양일보가 개최한바 있다. 가요제를 통해 다문화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음성군이 최근에는 다문화 가족이 운영하는 카페 이음 2호점을 개소하고 (본보 2월 22일자)결혼 이주여성들의 국내 조기정착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글로벌시대, 다문화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급증하는 결혼 이주여성들이 한국 문화와 생활에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지고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사회의 구성원인 다문화가정의 문제를 방치할 경우 우리의 미래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다문화 사회는 우리가 피해갈 수 없는 필연적인 미래이기 때문이다.

결혼이민자와 귀화자들이 한국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포용해야 한다.

그동안의 다문화 정책은 언어, 음식, 관습, 농촌생활 등 여러 분야의 교육과 지원에 치중됐지만 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우리의 이웃과 같이 동등하게 생활하는 노력은 게을리 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교육이나 지원뿐 아니라 같은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정서적 일체감을 심어주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똑같은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하는 노력이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

무엇보다 다문화 가정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이 변해야 정서적 일체감을 가질 수 있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 중 30% 정도만 고교에 진학한다는 기사는 우리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그들을 위한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 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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